등록 : 2019.11.12 17:06
수정 : 2019.11.13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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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시위대를 겨냥한 경찰의 실탄 사격 사건이 벌어진 홍콩 사이완호 지역에서 진압장비를 갖춘 경찰이 불심검문을 하자 교복 차림의 여학생들 두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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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관영매체 “폭도 행태 테러범 닮았다” 맹비난
일부 중 누리꾼 “바퀴벌레를 쓸어버리자” 극언
오토바이 시위대 돌진 경찰관엔 “단기필마 조자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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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시위대를 겨냥한 경찰의 실탄 사격 사건이 벌어진 홍콩 사이완호 지역에서 진압장비를 갖춘 경찰이 불심검문을 하자 교복 차림의 여학생들 두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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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째로 접어든 홍콩 ‘반송중’ 시위와 경찰의 대응 수위가 전례없이 가팔라지면서, 사태를 바라보는 홍콩인과 중국 본토인의 인식 격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양제’(두체제)의 차이를 ’일국’(한나라)에 담아내기 어려워 보일 정도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12일치 사설에서 “홍콩 폭도들의 행태가 테러범을 닮아가고 있다”고 주장하며, 홍콩 경찰의 시위대에 대한 실탄 발사를 옹호했다. 전날 이른 아침 경찰의 실탄 사격으로 20대 청년이 복부 총상을 입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홍콩에선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밤늦도록 도심 전역에서 격렬하게 이어진 바 있다. 그럼에도 신문은 “홍콩 경찰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고 단호하게 법을 집행하라”고 독려했다.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전날 친중 성향 50대 남성 시위대와 말다툼 도중 누군가 인화물질을 뿌리고 몸에 불을 붙인 사건과 관련해 “시위대의 행태가 이슬람국가 테러범과 똑같다. 홍콩 경찰은 홍콩인과 중국인의 지지는 물론 인민해방군의 지지도 받고 있음을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노골적인 무력개입 위협인 이 글은 6시간 만에 2만5천여명이 ’좋아요’를 누를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중국 누리꾼들이 웨이보(트위터 격)를 통해 쏟아낸 반응은 ’혐오’에 가까웠다. 경찰의 실탄 사격 장면을 담은 영상에는 “사회의 쓰레기와 종양을 죽여버리자”, “독립을 꿈꾸는 바퀴벌레를 쓸어버리자” 등의 극언이 댓글로 달렸다. <베이징일보>는 인터넷판 기사에서 전날 순찰용 오토바이를 몰고 시위대를 향해 돌진한 경찰을 두고 “단기필마로 적진에 뛰어든 자오쯔롱(삼국지의 조자룡) 같은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앞서 홍콩 경찰은 전날 오후 이 경관을 직무정지시키고, 복무규율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날도 홍콩에선 중문대·폴리테크닉대 등 대학가를 중심으로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했으며, 지하철과 버스 운행 방해 시위가 온종일 이어졌다. 전날 경찰의 실탄 사격으로 복부 총상을 입은 20대 청년은 손상된 간 일부 절제와 오른쪽 콩팥 제거 수술을 받고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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