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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2 17:37 수정 : 2019.08.16 11:04

21일 홍콩 도심에서 열린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도로를 가득 메운 채 행진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반중 색채 본격 드러낸 반송중 시위
중, “국가 주권에 대한 도전" 격앙

중, ‘비상사태’ 선포 가능성?
일국양제 사망선고 내리는 꼴

홍콩 정부-범야권 중재 능력 부재
중 셈법-시위대 요구 사이 정치적 결단 뿐

21일 홍콩 도심에서 열린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도로를 가득 메운 채 행진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6월9일 ‘100만 대행진’으로 시작된 홍콩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가 홍콩 자치정부를 넘어 중국 중앙정부를 본격적으로 겨냥하기 시작했다. 시위대의 ‘반중’ 색채가 짙어지면서, 관망하던 중국 당국도 대응 수위를 부쩍 높일 태세다. 홍콩 정세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은 안갯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21일 홍콩 주재 중국 중앙정부 연락사무소(중앙인민정부 홍콩 특별행정구 연락판공실) 앞에서 벌어진 시위는 반송중 시위의 ‘진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그간 반송중 시위대는 △범죄인 인도 조례 공식 철회 △경찰 폭력진압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 △캐리 람 행정장관 사퇴 등의 5대 요구조건을 내걸었다. 모두 홍콩 내부에 국한된 주장이었다.

하지만 시위대가 연락사무소 건물에 내걸린 중국 국가 휘장에 먹칠을 하는 등 반중 색채를 드러내면서, 중국 당국으로선 더 이상 방치할 수만은 없게 됐다. 에드먼드 정 홍콩침례대 교수(정치학)는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에 “중국 당국은 시위대의 행동을 국가 주권에 대한 도전 행위로 규정했다”며 “더이상 참아내기엔 정치적 부담과 위기감이 지나치게 커졌다”고 짚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22일 “폭도들이 국가 주권에 도전했다”, “국가와 인민을 모욕한 행위” 등의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홍콩 시위대를 맹비난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홍콩의 법치를 짓밟았을 뿐 아니라, 중국 정부의 권위에 도전한 행위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21일 시위는 지난달 9일과 16일 각각 100만명과 200만명이 참석한 대규모 집회를 기획한 홍콩 시민사회 연대체 민간인권전선가 주도한 세 번째 집회였다. 이 단체는 오는 8월31일과 10월1일에도 대규모 집회를 일찌감치 예고한 상태다. 8월31일은 5년 전인 2014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이른바 ‘831 결정’을 통해 홍콩 시민사회의 직선제 요구를 거부해 79일간 이어진 ‘우산혁명’의 도화선이 된 날이다. 10월1일은 70주년을 맞는 중국의 국경절이다. 반송중 시위가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향후 홍콩 정국은 중국의 대응 수위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우산혁명이 한창이던 2014년 9월, 일부 중국 매체는 국가 비상사태 선포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다. “홍콩 정부가 자체적으로 치안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음이 드러나면, 홍콩 기본법과 중국 헌법에 따라 전인대 상무위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 병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 벌어진 '백색 테러'를 비판하고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시민사회의 사임 압박을 받고 있는 람 장관의 정치적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이 ‘비상사태 선포’와 같은 초강수를 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외교적 파장도 만만찮을 테지만, 무엇보다 홍콩 반환의 대전제인 ‘일국양제’에 대한 사실상의 ‘사망선고’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최근 “중국 당국이 홍콩 안정화 계획을 마련하고 있으며, 군병력 투입은 선택지에서 배제됐다”고 전한 바 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상황을 수습할 능력이 없음이 이미 명백해졌다. 홍콩 야권 역시 사태를 중재할 능력이 없음을 자인하고 있다. 특정한 지도부 없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반송중 시위의 특성 탓이다. 결국 시위대의 요구와 중국 당국의 셈법 사이에서 ‘정치적 결단’이 내려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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