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11.25 16:54 수정 : 2019.11.26 02:14

강제동원 문제 전문가 도노무라 마사루 도쿄대 한국학연구센터장과 일본 정치·외교, 국제정치 전문가인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가 지난 23일 만나 대담을 하고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 사진제공

대담 | 도노무라 마사루 도쿄대 교수·남기정 서울대 교수
도노무라 “일본 책임 인정 어려울 것, 시민사회 나서야”
남기정 “일본 책임 명확히 하지 않으면 더 큰 저항”
한-일 관계 악화 속 ‘2019 한일 시민 100인의 미래 대화’

강제동원 문제 전문가 도노무라 마사루 도쿄대 한국학연구센터장과 일본 정치·외교, 국제정치 전문가인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가 지난 23일 만나 대담을 하고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 사진제공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가 연기되면서 양국이 극한 충돌은 피했지만, 갈등의 핵심 쟁점인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역사·경제·안보 문제가 맞물려 있는 만큼,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한-일 관계는 또 다시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된다. <한겨레>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한국국제교류재단, 서울대 일본연구소, 일본 와세다대 한국학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2019 한일 시민 100인의 미래 대화’(22~24일 진행)에 참석한 강제동원 문제 전문가 도노무라 마사루 도쿄대 한국학연구센터장과 일본 정치·외교, 국제정치 전문가인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를 지난 23일 만나 대담을 가졌다. 최근 한-일 관계, 강제동원 해법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남 교수는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책임이 명확하게 인식되지 않고 다시 봉합되는 방향으로 가면 큰 저항이 일어날 것”이라며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도노무라 교수는 “일본 여론 등을 살펴볼 때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무엇을 하는 것은 상당 기간 어려울 것 같다”며 “한-일 시민 사회, 즉 민간 영역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남기정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으로 한-일이 갈등하고 있다. 최근 한-일 관계 어떻게 보고 있나?

도노무라 일본 사회를 보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1990년대 일본 사회에서는 한국 등 아시아 이웃나라에게 사죄하고 보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반수가 넘었다. 특히 20대 젊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이들이 40~50대가 된 지금 ‘혐한’(한국 혐오)이나 비방적인 의견을 많이 갖고 있다. 왜 바뀌었을까? 한국, 중국이 역사 문제를 놓고 일본을 비판할 때 자신을 비판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90년대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국민기금’, 2015년 화해와 치유 재단 등이 실패하면서 한국이 약속을 잘 지킬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일본 사회에 많아졌다.

도노무라 마사루 도쿄대 한국학연구센터장. 한국국제교류재단 사진제공

문희상안’ 해법 될 수 있을까?

남기정 한국과 일본이 ‘강대강’으로 충돌을 하다가 지소미아 종료 6시간 전에 한국 정부에서 종료를 유예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충돌은 일단 회피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2018년 시작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만들어내던 평화의 공간이 다시 안보의 공간으로 변형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미국이 개입하면서 평화의 기회가 축소되고 다시 한·미·일 안보삼각형으로 기운이 돌아가고 있는 아쉬움, 그런 것이 한국에 있는 것 같다.

또 한편으로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수출규제, 더 나아가 근원적으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가 그대로 남아있다. 최근 문희상 국회의장이 내놓은 안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 한-일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성금, 2015년 한-일 정부간 합의로 만들어졌다가 해산된 ‘화해와 치유 재단’에 일본이 냈던 기금의 잔액 60억원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포함해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나?

도노무라 피해자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부터 어려운 부분이다. 일본 정부 결정 아래서 동원된 사람들도 있고, 아닌 사람 중에도 강제 노예 노동을 한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범위가 넓다.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에 대해서도 일본 민간에서 위령제, 위로금 지급, 진상 조사 등 이런 것들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 한다. 민간 부분의 노력을 이야기한 것은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무엇을 하는 것은 상당 기간 어렵다고 본다. 먼저 한일 시민사회에서 노력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남기정 문희상 의장 제안에 대해 일부는 현실적이라고 하는 반면, 국민 성금에다 위안부 합의 돈이 투입되는 것에 한국 국민들은 의구심이 꽤 있다. 한국정부가 이런 식으로 돈을 받으면 위안부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더 이상 책임 소재 확인할 수 없는 것 아니냐 생각할 수 있다. 또 문희상 의장 안에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 불법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의 대전제도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 위안부 문제까지 포함해서 일본의 책임을 명확하게 하지 않고, 다시 봉합되는 방향으로 가면 더 큰 저항이 일어날 것이다. 일본 사회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140년 이상 불평등했던 한-일 관계 바로잡는 기회

도노무라 일본의 식민지 지배 불법성과 당연히 일본의 책임이 있다고 저는 생각하지만, 국민적 합의로 만들어 가는 것은 지금 어렵다. 그것보다는 식민지 지배의 불평등성으로 여러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일본 사회 안에서 확인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런 상식도 잘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남기정 불평등이라는 관점을 제기해줬는데,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 1990년대 일본 국민들의 과반은 과거 일본 행동이 부당했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거기에 한국은 불법성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니까 뭔가 계속 엇갈려 왔던 것이 한일 관계였다. 일본과 한국의 만남이라는 것이 1876년 불평등한 강화도 조약으로 만났고, 이것을 시정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지금까지 왔다. 1910년 조선이 식민지로 전락하면서 기회를 잃었고, 1965년 한일협정에서도 명확히 하지 못해 지금까지 엇갈림이 계속되고 있다. 불평등성이 있었다는 것을 한일이 공유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말한 것에 공감한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 한국국제교류재단 사진제공

도노무라 불평등의 문제를 얘기한 것은 한국만을 위해서는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에서 ‘어떤 민족은 열등하고 우리가 위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일본이 공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식민지적 사상을 극복해야 한다. 또 일본과 한국이 민주주의, 평화, 인권을 위해 노력하자는 공통의 목표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남기정 역사 문제를 중심으로 한-일 관계가 어려운데도 민간 교류는 활발한 편이다. 지난해 ‘1천만 한일 국민 교류시대’를 맞이했을 정도다. 최근 한-일 관계가 좋지 않은데도 ‘2019 한일 시민 100인 미래 대화’도 유지됐다. 어떻게 보나?

도노무라 올해 3년째인데, 점점 활발하고 분위기 좋게 운영되는 것 같다. 처음에는 대학 연구자들이 사회, 발제를 많이 맡았는데 이번엔 일반 시민들이 적극 참여해 좋았다. 연구자들의 경우 지역사회 활동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 서울과 도쿄 중심으로 생각하는 부분도 많다. 실제 지방-수도권, 세대 차이가 크지 않나. 다양한 사람이 직접 만나서 이야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한일 시민 100인 미래 대화’는 양국의 학계, 시민사회, 일반시민들이 참여해 동북아 정세 변화에 따른 공통의 관심 현안을 의제로 창의적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행사다. 1년에 한번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가 세 번째다. 이번 행사에서는 남북한·일본의 평화협력 시대, 화해교육, 젠더, 다문화 가정, 도시 재생, 재해 등의 주제를 놓고 논의했다.)

한-일 국민 ‘국익’을 넘어 ‘공익’ 발전시켜야

남기정 저도 주최기관 하나로 이런 생각이 든다. 한-일이 국익을 넘어 공익을 발견해 발전시켜 나가길 희망한다. 그것이 한-일만이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적인 공익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으면 하는 생각으로 ‘100인 미래 대화’를 꾸준히 발전시켜 나갔으면 좋겠다. 한국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도노무라 일본이 불법적으로 한국을 지배했다는 전제 하에 그래도 식민지 시대 안에서도 어렵지만 한일 교류가 있었고, 일본인 중에서도 전쟁 피해자가 있었다는 것 등 이런 것들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결국 군국주의가 문제인데, 좀 더 다양하게 역사를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남기정 제가 일본 국민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한국에 대해 ‘약속을 지켜라’ 많이 요구하는데 일본 국민들도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면 좋겠다. 한일 국한해서 얘기하더라도 ‘김대중- 오부치 공동선언’(1998년)이 있는데 일본과 한국의 약속이다.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도 들어있는데, 요즘 주목하는 것은 오부치 총리는 한국 국민이 이뤄낸 민주화를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2016~2017년 촛불혁명 등 지금도 민주화, 평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일본 국민들이 이런 것들을 존중해줬으면 좋겠다. 또 김대중 대통령이 평가한 것으로 전후 평화헌법 아래서 일본이 평화를 유지하며 국제사회에 공헌을 해왔다는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일본에 대해 이런 평가가 있다는 것도 일본 국민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이해하지 않았던 것을 다시 꺼내 이해하게 되면 지금 어려운 상황을 조금은 밝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노무라 마사루 교수는 한국으로 따지면 ‘84학번 ’(1966년생 )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한국을 잘 안다 . 도쿄대학 교수로 전공은 일본근대사다 . 대학 (와세다 ) 다닐 때 재일조선인 지문날인 거부 운동 등에 참여하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한다 . <재일조선인 사회의 역사학적 연구 ―형성 ·구조 ·변용 >, <식민지기에 있어서 재일조선인의 문화 활동 >, <조선인 강제연행 > 등 논문과 저서도 한국과 관련이 많다 .

남기정 교수는 일본 정치와 외교 , 국제정치 전문가다 . 일본의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인 와다 하루키 교수의 제자로 , 2000년 도쿄대에서 박사 학위 (‘6·25전쟁과 일본: 기지국가의 전쟁과 평화 ’)를 받았다 . 도호쿠대 , 국민대 교수를 거쳐 2009년부터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로 있다 .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