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 경제전쟁 영향은
양국 긴장 최고조로 치달아
협상 테이블 마련 쉽지 않아
일, 28일 화이트리스트 개정 강행
전략물자 수출 불허 카드 쓸 듯
“국내 경제 리스크 요인 커질 우려”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지난달 초 시작된 한-일 간 경제전쟁이 이전보다 높아진 긴장 속에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사 갈등이 경제 영역에서의 싸움을 지나 외교·안보 부문으로 확전되면서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건 불가피한 국면이 됐다.
일본이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심사 간소화 대상국인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은 오는 28일 시행된다. 한국 정부가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개정안은 지난 14일 행정예고돼 다음달 2일을 기한으로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일방적인 수출규제 강화 조처가 선량한 민간의 거래를 저해하지 않고, 회원국 간 긴밀한 협의를 독려하는 바세나르 협정 등 국제협정을 위배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이런 전략물자 수출 통제 강화 방식의 양국 경제전쟁은 형식적으로는 양쪽 다 한발의 물러섬도 없이 전개돼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본이 국제적 비판 여론 등을 의식해 ‘유화 제스처’를 보이는 양상도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주문한 극자외선(EUV) 공정용 포토레지스트에 대해 일본 경제산업성이 통상 심사기간으로 알려진 90일이 되지 않았는데도 2차례에 걸쳐 수출 허가를 내줬기 때문이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이 최근 조건부로 한-일 국장급 협의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함으로써 조만간 경제 갈등을 수습할 협의 테이블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양국 긴장이 더욱 높아짐에 따라 28일 일본의 개정 수출입무역관리령이 예정대로 시행됨은 물론이고 추가 수출규제 등 경제보복이 이뤄지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당장은 일본이 어떤 수위의 맞대응 조처를 취하는지가 일차적인 관심사다.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함으로써 28일 이후에는 언제든 특정 전략물자를 자의적으로 골라내 수출 허가를 지연하거나 내주지 않는 방식으로 규제 강도를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이외에 수출 통제 대상을 광범위하게 넓힐 경우 갈등 수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일본계 은행이 대출회수를 하는 등 금융보복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시장과 정부 모두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안전·식품 부문 등에서 일본에 대한 맞대응을 예고하고 실제 관련 조처들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나라가 서로 경쟁적으로 대응 수위를 높이면 경제 갈등이 다양한 부문에서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어찌 됐건 두 나라 무역 갈등의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고, 특히 안보 문제까지 엮이면서 경제 영역 전반에서 불확실성과 리스크 요인이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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