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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14 18:26 수정 : 2019.08.14 21:25

본인과 두 아들 모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인 박수신씨가 지난 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청와대에 공개서한을 전달하기 전 삭발식을 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공개서한을 통해 `전신질환 인정, 피해단계 구분 철폐, 정부 내 가습기 살균제 정부 TF팀 구성, 월 1회 피해자 정례보고회 개최' 등을 요구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친기업 정책으로 규제 대대적으로 풀어야”
가습기 살균제 참사 막기 위한 화평법도 도마에

본인과 두 아들 모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인 박수신씨가 지난 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청와대에 공개서한을 전달하기 전 삭발식을 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공개서한을 통해 `전신질환 인정, 피해단계 구분 철폐, 정부 내 가습기 살균제 정부 TF팀 구성, 월 1회 피해자 정례보고회 개최' 등을 요구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회가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가습기 살균제 연쇄 사망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화학물질 규제를 완화하자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서는 한국당이 일본의 수출규제 조처를 기업 민원 해결에 악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로부터 일본 수출규제 현황과 대응책에 관한 업무보고를 받았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위기 대응을 위해 기업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면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화평법)과 화학물질 관리법(화관법)을 완화하자고 주장했다.

이날 이종배 한국당 의원은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기업을 어렵게 하는 게 누가 자율적으로 설비 투자를 하겠나. 친기업·친시장 정책으로 가서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며 “화평법과 화관법을 개선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우택 한국당 의원도 “기업들이 가장 원하는 건 화평법·화관법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이라며 “기업들이 화평법·화관법으로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 (정부는) 제대로 파악해보시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화평법 탓에 (의무등록) 화학물질이 5백개에서 7천개로 늘었다. 화관법 때문에 기업들은 배관검사에 엄청난 비용을 들이고 있다”며 “왜 그런 보고가 없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실제 화평법을 살펴보면 7천종의 화학물질을 한꺼번에 등록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계의 부담을 고려해 최장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등록하도록 유예기간이 주어져 있지만 이러한 사실은 언급되지 않았다.

문제는 화평법과 화관법이 국민 안전을 위해 마련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점이다. 화평법은 기업들이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기 전에 유해성 정보를 정부에 등록·신고하도록 규정한 법이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1400여명이 숨진 뒤 2011년 만들어졌다. 2016년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때에도 여야는 합의로 화평법을 한차례 개정을 하기도 했다.

화관법도 마찬가지다. 화관법은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사고 시 신속·적절하게 대응하자는 취지로 2015년 시행됐다. 역시 2012년 9월 경북 구미의 한 공장에서 가스 파이프 연결·이송 도중에 불화수소 8톤이 누출돼 마을 주민 5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다친 비극적인 사고 뒤 만들어졌다.

일본 수출규제 대응책에 마구잡이로 기업 민원을 끼워 넣는 행태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본 수출규제로 발생한 위기를 (기회로) 삼아서 규제 완화 등 기업들의 민원성 요구가 같이 얹어서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여러 가지 개혁 과제들이 흔들린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상당하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환경 규제가 강화된 배경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이 의원은 “화평법·화관법 규제가 강화된 이유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때문”이라며 “사후적으로나마 화평법·화관법을 재정비하면서 여기까지 끌고 왔는데 기업 민원으로 이걸 다시 풀어달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어려운 시기에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도 있지만 기본 기조를 흔들지 않는 선에서 산업부와 중기부가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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