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14 16:16
수정 : 2019.08.1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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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부산 일본영사관 근처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아베 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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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일본영사관 평화의 소녀상 앞
아베정권 경제보복 비판 공동 선언
“식민지배 진정어린 사과부터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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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부산 일본영사관 근처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아베 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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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을 맞아 동아시아 평화를 희망하는 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단체 등이 부산 일본영사관 근처에서 일본 아베 정부의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과 전쟁이 가능한 헌법 개정 시도를 규탄했다.
한국의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등 30여곳과 일본의 시민단체 5곳이 참여하는 ‘동아시아 평화를 만들어가는 한일 평화 시민 공동행동’은 14일 오전 11시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근처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선언문에서 “아베정권이 도발한 경제전쟁은 한국에 대한 식민지배를 부정하고 전쟁을 금지하는 일본의 평화헌법을 무력화해서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들겠다는 선포다. 지금 아베정권이 해야 할 것은 경제전쟁 도발이 아니라 식민지배에 대한 진정 어린 사과”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의 평화헌법이 전쟁범죄에 대한 참회이고 침략의 역사를 끝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며 평화를 갈망하는 일본 시민들의 결과물임을 아베 정권은 기억해야 한다. 일본의 군국주의가 어떻게 타국의 시민을 사지로 내몰았으며 자국의 시민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었는지를 아베 정권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가단체들은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주의도 비판했다. 한국과 일본 정부의 용인 아래 제주도와 오키나와의 군사요새화, 성주 사드배치 등이 이뤄진 것은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주의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참가단체들은 “평화를 바라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구호는 전 세계 위정자들의 오래된 이데올로기이며 국민을 동원하는 논리였다. 전쟁으로 삶을 파괴당했던 시민들은 평화를 지키는 군대는 없다는 것을 안다. 동아시아에 군사적 긴장이 아니라 평화를 만들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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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민단체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전국교환회’의 모리 후미히로(59) 등 활동가 3명이 부산 일본영사관 근처 평화의 소녀상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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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에는 일본 시민단체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전국교환회’ 활동가 3명이 함께했다. 이 단체의 국제연대를 담당하는 모리 후미히로(59)는 “아베 정권은 지난달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 의석을 얻지 못했다. 원전 폐기를 요구하는 시민과 야당의 공동투쟁 성과다. 한일이 연대해서 전쟁이 가능한 헌법을 개정하려는 아베 정권을 저지하자”고 말했다.
중학교 역사교사인 그는 “일본 언론 언론의 일방적인 혐한 보도와 일본 정부의 캠페인 때문에 여론조사에선 80% 이상이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에 찬성하고 있지만 시민들을 만나 설득하면 반응이 나쁘지 않다.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가능 선이 무너졌고 참의원 선거결과에 대해 60% 이상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는 것도 희망적”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국민은 한국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일본여행 안 가기 운동을 벌이는 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모리 후미히로는 “일본 국민은 한국의 불매운동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한국제품 보이콧은 없지만 한국으로 가는 여행객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한국 국민의 일본제품 보이콧과 여행 자제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보이콧은 혐한을 조장하는 기업과 단체에 집중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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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회원이 부산 일본영사관 근처 평화의 소녀상 옆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동아시아 평화를 만들어가는 한일 평화 시민 공동행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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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환회는 일본 민주주의와 전쟁 반대 등을 위해 1971년 설립된 전국 조직인데 지금은 아베 정권의 헌법 개정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해마다 전쟁 반대 등의 결의대회를 열고 있으며 올해는 일본의 심장 도쿄에서 지난달 27~28일 거리행진을 벌였다.
한편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오후 1시30분부터 일본영사관 근처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번갈아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저녁 7시엔 일본영사관 근처 정발장군 동상 앞에서 평화문화제를 연다.
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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