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10 11:15
수정 : 2019.08.1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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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 하루 뒤인 지난달 22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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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지난 7월 느닷없이 단행한 반도체 소재 등의 한국 수출규제 성격을 놓고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이라는 한국 정부 입장과 수출무역 관리 차원의 정책 변경이라는 일본 정부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도쿄신문은 10일 여러 근거를 들어 한국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성 경제제재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한국 대법원의 첫 징용 배상 판결이 나오고 2개월여 후에 집권 자민당 내에서 한국에 불화수소(에칭가스)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제재 시나리오가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올 1월 11일 열린 자민당 외교부회·외교조사회 합동회의. 이 자리에서 아카이케 마사아키(赤池誠章) 참의원 의원은 "사람, 물건, 돈 등 3개 영역의 경제제재를 구체적으로, 바로 가능한 것부터 시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반도체 제조과정에 사용되는 세정제인 불화수소 등의 전략물자 공급을 중단시켜야…."라고 발언했다.
아카이케 의원의 블로그를 통해 알려진 이 발언에 대해 당시 회의에 참석한 외무성 간부는 "(총리)관저를 중심으로 정부 전체가 한국을 상대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연구·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도쿄신문은 일본 정부가 지난달부터 시작한 수출규제 강화는 아카이케 의원이 올 1월 주장한 제재안이 실행된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지난 8일 불화수소 등 규제 대상 반도체 소재 관련 3개 품목 중 수출 신청이 들어온 한 건(포토레지스트)에 대해 조기 허가를 내줬다고 발표하면서 억지스러운 주장을 이어갔다.
한국 정부가 일본의 수출관리 문제를 금수(수출금지) 조치인 것처럼 부당하게 비판하고 있다면서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는 징용 배상 판결에서 비롯된 경제제재나 보복은 아니라고 강변한 것이다.
도쿄신문은 그러나 세코 경제산업상은 물론이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 등 일본 정부 핵심 인사들의 이전 발언 내용을살펴봐도 제재가 아니라는 것은 과도하게 무리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주무 부처 수장인 세코 경제산업상은 지난 7월 1일 수출규제 대책을 발표한 후 트위터에 "구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일본 관리들이 징용피해자를 부르는 말) 문제에 대해 G20(6월 28~29일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까지 (한국 정부가)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아 신뢰 관계가 현저히 손상됐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강화의 명분으로 신뢰 손상을 들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이 글은 징용 배상 판결이 결국 규제 강화의 배경이 됐음을 드러낸 것이다.
또 아베 총리는 지난달 6일 수출 규제 문제 등으로 악화한 한일 관계에 대해 "한일청구권협정에 위반하는 행위를 한국이 일방적으로 해서 국제조약을 깨고 있다. (한국) 약속을 먼저 확실히 지키면 좋겠다"고 말해 약속 위반에 대한 제재임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에 앞서 아소 부총리는 지난 3월 국회에서 징용 배상 판결 문제로 갈등을 겪는 한국에 대한 대항 조치로 "관세에 국한하지 않고 송금 정지, 비자 발급정지 등 여러 가지 보복 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도쿄신문은 이런 점들을 근거로 아베 정부와 집권 자민당이 지난 6개월여 동안 한국을 겨냥한 제재를 준비해 왔다고 분석하면서 이런 복선이 있는데도 지금에 와서제재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억지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의 본심은 이미 드러났는데도 제대로 말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도쿄신문은 정치 저널리스트인 스즈키 데쓰오(鈴木哲夫) 씨의 말로 그 배경을 짚었다.
"보복이라고 인정하는 순간 (양국) 관계는 한층 악화해 해결책은 멀어집니다. 내년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 보이콧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국은 북한과 단일팀을 구성할 예정이라 남북한이 함께 불참하면 일본은 국제적으로 큰 망신을 당하게됩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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