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08 17:46
수정 : 2019.08.0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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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 둘째)와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오른쪽 둘째)이 지난 2일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기 위한 각의(한국의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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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 둘째)와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오른쪽 둘째)이 지난 2일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기 위한 각의(한국의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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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8일, 1차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했던 반도체 소재 가운데 감광액인 포토레지스트 수출 1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을 제한한 지 한달여 만에 나온 첫 수출 허가다.
전날 발표한 수출규제 시행세칙에서 절차가 까다로운 ‘개별허가’ 품목을 확대하지 않은 데 이어, 일본 정부가 일단 ‘확전’을 자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수출규제의 명분을 쌓기 위한 일시적 제스처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베 정부가 한·일 두 나라 모두에 해가 되는 현 상황을 해소할 의지가 있다면, 외교·통상 라인 간 대화와 협상에 당장 나서는 게 옳다.
일본의 수출 승인에 대응해서, 한국 정부도 8일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안건’을 논의했으나 최종 결정은 연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관계장관 및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에선 이렇게 결정하고, 일본에 ‘외교적 해결’을 재차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까지 일본이 한 조처만으로도 양국 경제와 양국 국민 모두에게 이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맞는 얘기다. 일본 무역보복으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지만, 일본 역시 관광과 부품수출 등에서 타격을 피할 수는 없다.
일본의 멈칫하는 모습이 현 상황을 풀기 위한 근본적인 태도 변화라고 보긴 어렵다. 일단 선공을 가했으니 숨을 고르면서, 수출규제의 정당성을 국제사회에 선전하려는 행동이라 보는 게 오히려 타당하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수출규제가 “금수(수출금지)가 아니란 점을 한국 쪽이 잘 이해해주면 좋겠다. 잘못된 사례(위반 사례)가 나오면 추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건 그런 기류를 보여준다. 언제든지 수출규제의 끈을 바싹 죌 수 있다는 엄포인 셈이다. 말 그대로 수출규제가 ‘한국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한국 정부의 ‘외교적 해결’ 노력에 호응하는 게 마땅하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잇단 ‘유보적 행동’ 의미를 과대평가하지 말고, 냉정하고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일본이 한발짝 물러난 것 같지만 실은 수출규제와 백색국가 배제라는 ‘경제 도발’을 먼저 감행해 놓고 잠시 멈춰 선 것에 불과하다. 일본의 숨고르기엔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효과적인 대응이 한몫했을 터이다. 일본이 모든 수출규제를 원상 회복할 때까지 한치라도 긴장을 늦추지 말고 단호한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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