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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08 15:37 수정 : 2019.08.08 20:30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참석해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국민경제자문회의 마무리 발언
이제민 부의장 “아베 총리, 한일 수직분업체제로 되돌리려는 것”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참석해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불확실성이 여전히 살아있다”며 “과도하게 한 나라에 의존한 제품에 대해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연 국민경제자문회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일본이 수출규제를 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실제 피해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은 ‘불확실성’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3개 품목을 개별허가품목으로 바꿨을 때부터 우리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단기 대책부터 장기대책까지 준비하고 발표해 왔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앞서 이날 일본 정부는 첫번째 수출규제였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가운데 포토레지스트 한 건에 대해 수출을 허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100분 동안 진행됐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참석자들은 아세안·인도 등 시장 다변화, 미래비전 제시, 중소기업 지원 확대, 인력 양성, 신중한 지원의 필요성 등 경제 전반에 대해 진단하며 한국 경제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내어놓았다”고 밝혔다. 고민정 대변인은 ‘신중한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화평법과 화관법 등 규제완화를 언급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소재부품 산업 지원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무작정 산업에 해당한다고 주는게 아니라 얼마만큼 필요한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는 주상영 건국대 교수(거시경제분과), 조대엽 고려대 교수(민생경제분과), 이근 서울대 교수(혁신경제분과), 송의영 서강대 교수(대외경제분과) 등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를 열고, 경제 상황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회의는 100분 동안 진행됐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를 열어 경제 상황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고 있다. 회의는 100분 동안 진행됐다. 김정효 기자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는 한국을 한일 수직 분업체제 내에 여전히 포획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지적했다. 이제민 부의장은 “한국은 지난 2차대전 이후 세계적인 자유무역 질서에 빨리 편승함으로써 지금까지 개도국 중에서 선진국으로 변신한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그렇게 된 데에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가 일부 도움이 된 것이 사실이다”고 했다. 이어 “당시 일본 당국자는 한일 간에 수직 분업체제를 만들고, 그것을 지속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그 후에 많은 분야에서 일본을 따라잡고 추월할 수 있었다”면서 “그것은 일본 당국자들 관점에서 볼 때에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지금 아베의 일본은 바로 그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되돌리려고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부의장은 또 한국 경제의 어려움에는 “정치와 경제가 상호 작용한 세계질서의 변화가 있다”고 짚었다. 먼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10년 이상 대침체가 진행되다가 회복되는 듯 했던 세계 경제는 국제공조가 무너지면서 다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 부의장은 “여기에다 미국 헤게모니에 대한 중국 도전 문제가 겹쳤다”면서 “이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고, 많은 학자들이 앞으로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는 과거 영국과 미국 간의 관계보다 영국과 독일 간의 관계와 닮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영국과 독일은 대공황 이후 세계대전을 치른 바 있다.

이 부의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냉전 종식 후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으로 한국은 중국이 최대 수출시장이면서 투자 대상이 되었다”면서 “그 결과 한국은 안보는 미국, 교역은 중국에 의존하는 상태가 됐다”고 했다. 이어 “그런 구도에서 지금 한국은 주요국 중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부터 가장 타격을 많이 받는 나라가 됐다”면서 “정치와 경제를 아우르는 대응책이 필요할 것이고, 먼저 경제 쪽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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