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08 05:00
수정 : 2019.08.08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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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전쟁 범죄 기업인 미쓰비시의 계열사인 니콘의 카메라 제품들. 니콘의 한국 홈페이지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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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질티브이 등 미쓰비시 제품도 수두룩
서울·세종·경남 등 조례는 권고여서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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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전쟁 범죄 기업인 미쓰비시의 계열사인 니콘의 카메라 제품들. 니콘의 한국 홈페이지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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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10년 동안 일본 전범 기업의 물품을 사들이는 데 9098억원의 예산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우대국) 한국 배제 조처와 맞물려 서울, 경기 등 지방의회에서는 일본 전범 기업의 물품을 공공이 사들이지 않도록 권고하거나 학생 스스로 전범 기업 제품을 표시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달청에서 제출받아 7일 공개한 ‘정부 각 부처 및 산하기관의 전범 기업 물품 구매현황’을 보면, 최근 10년 동안 정부 각 부처나 지방정부, 시·도교육청, 일선 학교에서 사들인 일본 전범 기업의 물품 구매 건수는 21만9244건으로 금액은 9098억원으로 집계됐다. 물품들은 디지털카메라, 고화질 텔레비전(HDTV), 비디오 프로젝터, 엘이디(LED) 조명등, 심장충격기 등이었다. 미쓰비시를 비롯해 미쓰이, 히타치, 스미토모, 도시바, 후지, 캐논, 니콘, 파나소닉, 가와사키 등 일본 전범 기업들이 생산한 것이다. 김 의원은 “한·일 과거사 문제와 국민 정서를 생각할 때 일본 전범 기업의 제품을 공공이 사들이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일본 전범 기업 제품의 공공구매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안이 발의되고 있다. 서울시의회와 세종시의회는 각각 지난 1일과 6일 ‘지방정부와 교육청의 일본 전범 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 조례’를 발의했다. 경남에서도 관련 조례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일본 전범 기업 제품에 대해 각급 학교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토론 등을 통해 전범 기업 인식표를 붙이거나 전범 기업 제품 안 쓰기 캠페인 등을 자율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가 7일 재발의됐다.
문제는 이런 조처가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관련 조례들이 통과되더라도 ‘강제’ 사항이 아닌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강제할 방법이 없다. 서울시의회 홍성룡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서울특별시·서울특별시교육청 일본 전범 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에는 “일본 전범 기업 제품을 공공구매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돼 있다. 세종시의회 민주당 소속 윤형권, 노종용 의원이 발의한 ‘세종시·세종교육청의 일본 전범 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도 마찬가지다. 서울시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권고는 가급적 노력해야 한다는 것으로 강제성이 있는 것이 아니고, 정치적인 책임만 따르게 된다”고 밝혔다. 경기도의회 황대호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일본 전범 기업 기억에 관한 조례안’ 역시 강제성이 없다. 전범 기업 물품에 일방적으로 인식표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토론 등을 해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3억1천만원이 넘는 물품구매에 대해선 제한을 하지 못하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세종시의회 윤형권 의원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부조달 협정상 개방 대상 범위는 공사 235억원 이상, 물품·용역 3억1천만원 이상(기초자치단체는 6억3천만원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나 지방정부가 물품·용역 입찰을 할 때 금액이 3억1천만원을 넘어서면 특정 국가 기업의 참여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의회와 세종시의회에서는 ‘3억1천만원 이하’에 대해서만 일본 전범 기업 물품의 공공구매를 제한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홍용덕 최예린 이정규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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