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07 23:01
수정 : 2019.08.07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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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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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수출규제 대응수단 명분
화평법·노동법 개정 움직임
“가습기 참사 등 안전장치인데…
기업 민원 해결에 악용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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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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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규제 대응 차원에서 정부가 화학물질관리법 시행규칙 개정 방침이라는 ‘한시적’ 조처들을 내놓은 데 이어 여권 일부에서 법 개정 검토 주장까지 나오면서, 일본의 보복 조처가 기업들의 민원 해결에 악용되는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지난 6일 열린 당 원내대표-상임위원회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경영계가 일본 수출규제 상황을 이용해 여러 요구를 할 텐데 여기에 휘둘리지 말고 우선 정부 대책을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을 개정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을 겨냥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5일 이 두 법안의 시행규칙을 개정해 화학물질 취급시설 신증설 시 인허가 기간(75일→30일)을 당기고, 연구개발용 물질의 등록절차도 최소 정보만 제출하면 바로 처리되도록 간소화하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기업 쪽 주장을 받아들여 이참에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의원은 규제 완화 폭을 넓히는 대신 기업들이 책임을 지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함께 시행하자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하지만 여당 내부에서는 해당 법의 취지를 고려했을 때 급하다고 함부로 손댈 법이 아니라는 반론이 거세다. 화평법은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막기 위해 제정된 법으로, 신규 화학물질이거나 연간 1톤 이상 제조되는 화학물질의 유해성 심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화학물질의 체계적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화관법 역시 2012년 경북 구미에서 불산가스 누출로 노동자 5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크게 개정된 바 있다.
주 52시간제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이미 법 개정 없이도 기업들이 주 52시간제 예외조항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법을 바꿔 주 52시간제 예외조항을 항구적으로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구개발 분야 종사자의 경우 ‘노사 합의’를 전제로 주 52시간 이상 근무할 수 있는데도, 민주당은 ‘노사 합의’ 조항 삭제 등을 검토 중이다. 한정애 의원은 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법을 통해 제도화한 건 이미 그 사안에 대해 오랫동안 갈등을 조정해 완성한 것이다. 이 사태를 ‘빌미’로 (의원들이) 경영계가 요구하는 내용의 법안을 소원수리 방식으로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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