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07 21:41
수정 : 2019.08.0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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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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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의미
전략물자 허가 강화
일 정부 인증 수출기업과 거래땐
기존 비슷한 혜택 유지시켰지만
하위법령 손보면 쉽게 심사 강화
정부 입맛대로 수출규제 가능해
캐치올 예정대로 규제
규제 품목 세분화땐 6천여개
수입 의존도 높은 항목 골라
‘무기 전용 우려’ 억지 부리면
사실상 ‘금수조처’ 이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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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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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7일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범위와 내용을 구체화한 ‘수출무역관리령’과 ‘포괄허가취급요령’ 개정안을 공개했다. 추가규제 품목을 크게 확대할 것이란 일각의 예상도 있었지만 기존의 불화수소 등 반도체 3개 소재를 제외한 나머지 전략물자 854개 일본 수출기업에는 3년짜리 ‘특별일반포괄허가’를 신청할 수 있게 여지를 열어놨다. 그러나 한국을 통째로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한 개정안은 그대로 시행될 예정이어서, 일본 정부가 원하면 언제든지 특정 품목을 개별허가 대상에 넣어 수출 심사를 강화할 수 있는 길 역시 열어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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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일본 수출규제 관련 지역별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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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일본 각의에서 통과돼 이날 관보에 게재된 수출무역관리령과 포괄허가취급요령을 보면, 일본은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지역(화이트국가)에서 ‘대한민국’을 삭제했다. 기존에 일본은 전략물자 수출 상대국을 화이트국과 비화이트국으로만 분류했지만, 이번 개정을 통해 수출대상국을 A부터 D까지 총 4개로 분류한 뒤 한국을 B그룹에 편성했다. A는 기존 화이트국이고, B는 다자간 수출통제체제에 가입해 일정 요건을 맞춘 국가, D는 유엔 무기금수국가 등이고, C는 나머지 국가다.
한국이 A가 아닌 B그룹으로 편성됨에 따라 그동안 적용되던 우대 혜택이 사라진다. 이전까지는 전략물자 1120개 가운데 263개 군수용 민감품목은 개별허가(유효기간 통상 6개월/처리기간 90일 이내/필요서류 최대 9종)를 받아야 했고, 나머지 비민감품목 857개는 3년짜리 일반포괄허가(유효기간 통상 3년/처리기간 1주일 이내/필요서류 2종)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비민감품목도 개별허가를 받거나, 일본 수출 기업이 전략물자를 스스로 잘 관리한다는 ‘내부자율준수’(ICP) 인증을 받은 뒤 3년짜리 특별일반포괄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일반포괄허가가 신뢰도가 높은 국가(화이트국가)에 주는 허가라면, 특별일반포괄허가는 신뢰도가 높은 기업(ICP 인증기업)에 주는 허가다.
한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 등 반도체 3개 소재를 한국으로 수출하는 일본 기업은 특별일반포괄허가마저도 신청할 수 없다. 기존에도 화이트국가가 아니었던 대만, 중국 등으로는 자율준수 인증 기업은 불화수소 등 수출 시 특별일반포괄허가를 받았는데, 한국에는 그조차 안 되게 한 것이라 세계무역기구 규범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일반포괄허가는 효력이 사라졌으며 특별일반포괄허가는 효력이 유지된다.
앞서 일본이 불화수소 등 3개 반도체 소재에 더해 또다른 품목을 골라내 개별허가만을 강제하는 추가 규제 강화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그러나 일본이 특별포괄허가 사용 여지를 폭넓게 열어둠으로써 ‘속도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정부는 일본 정부가 포괄허가취급요령을 개정해 개별허가만 받게 하는 품목을 늘려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더욱이 한국이 화이트국에서 배제된 탓에, 그보다 하위 법령인 포괄허가취급요령을 조금만 손보면 개별허가만 받을 수 있는 규제 품목이 언제든 추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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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을(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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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런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전략물자 수입 기업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어 일본의 자율준수 인증 기업과 거래선을 확보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일본에서 해당 인증을 받은 기업은 약 1300곳이다. 이 가운데 공개된 632곳이 전략물자관리원 누리집에 공개돼 있다. 대체로 어느 정도 규모 있는 기업들이 아이시피 인증을 받을 수 있어, 일본의 조처로 일본 중소·영세기업이 거래처를 잃는 꼴이 초래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일본의 이번 조처로 한국은 이전까지는 받지 않던 ‘캐치올’(catch-all) 규제도 새롭게 받게 됐다. 캐치올이란 통제 대상 품목엔 속해 있지 않지만 최종 사용자와 용도를 파악해 무기 전용이 우려되는 경우 수출기업으로 하여금 정부에 허가 신청을 하도록 한 제도다. 전략물자가 1120개인 데 반해 캐치올 규제 품목은 74개로 비교적 적다.
그러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74개 품목을 소분류로 세분화해보니 6275개 캐치올 대상 품목 가운데 지난해 한국으로 수입 실적이 있는 것은 4898개였다. 이 가운데 수입 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은 707개, 100%인 품목은 82개였다. 일본이 전략적으로 이들 중 몇개를 골라내 ‘무기 전용 우려가 있다’고 억지를 부린다면 사실상의 금수조처가 이뤄지는 만큼, 캐치올이 의외의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정부는 8일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에서 일본을 한국의 ‘화이트리스트’(가 지역·29개국)에서 제외하는 맞대응 성격의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개정안을 안건으로 논의하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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