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06 12:19
수정 : 2019.08.06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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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 하루 뒤인 지난달 22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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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외무성, 압류명령 한국 법원에 반송
반송 사유도 미기재, 헤이그송달협약 위반 지적
“일본 정부가 민간 소송 서류 걸러준 셈
강제동원 추가 소송 진행 대응도 우려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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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 하루 뒤인 지난달 22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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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외무성이 한국 법원이 보낸 ‘강제동원 손해배상’ 사건의 압류 결정문을 반송하면서 아무런 사유도 적지 않은 것은 국제법인 ‘헤이그 송달협약’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가 국제법을 어겨가며 강제동원 손해배상 소송 방해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6일 법조계 설명을 종합하면, 일본 외무성은 지난 2월7일 한국 대법원의 법원행정처로부터 일본 기업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 자산에 대한 압류 결정문의 송달을 촉탁하는 ‘해외송달 요청서’를 전달받았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나도록 아무 조처도 하지 않다가 지난달 19일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돌려보냈다. 아무런 반송 사유를 기재하지 않은 상태였다. 일본 외무성의 이런 조처는 ‘문서가 송달되지 못한 경우, 그 사유를 밝혀야 한다’는 헤이그 송달협약을 위반한 것이다. 헤이그 송달협약 6조와 13조를 보면, 송달 요청을 받은 국가는 “자국의 주권 또는 안보를 침해할 것이라 판단하는 경우”에 한해 서류 송달을 거부할 수 있다. 이런 판단으로 송달 요청을 거부하더라도, 신청인과 상대 국가에 거부 사유를 즉시 통지해야 한다.
헤이그 송달협약은 협약 체결국(70여곳·지난해 1월 기준) 간 민사·상사 재판을 진행할 때 관련 서류를 송달하기 위해 맺은 국제 업무협약이다. 협약 위반 시 제재를 가할 수는 없지만, 국가 간 협약인 만큼 준수하는 것이 관례다. 소송 서류는 국제민사사법공조 등에 관한 예규와 헤이그 송달협약 등에 따라 ‘한국 법원→법원행정처→일본 외무성→일본 법원→일본 기업’의 경로로 전달된다.
일본 외무성이 협약을 어기면서까지 문서 송달을 거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강제동원 손해배상 소송은 일본 민간기업을 상대로 한 것으로, 송달을 거부할 수 있는 유일한 사유인 ‘국가의 주권·안보 침해’와 큰 관련이 없다. 더군다나 이번 송달은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이 한 확정판결을 이행하는 과정으로, 강제집행 과정에서 압류 효력까지 발생한 상태다. 한 판사는 “법리적으로 문제 되는 예외적인 경우 외에는 협약에 의해 자동으로 관련 서류를 송달하게 돼 있다.사유를 기재하지 않는 것도 이례적이다. 송달 불능이라 하더라도 최소한 사유는 알려주는 것이 협약의 기본정신”이라고 지적했다.
강제동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본 외무성 쪽이 아무 이유도 기재하지 않고 소송 관련 서류를 반송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전범기업에 소송 관련 서류가 전달되기도 전에, 정부 차원에서 소송 관련 서류를 ‘게이트 키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상희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일본 기업이 아닌 외무성이 송달을 거부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정부가 민간 소송 관련 서류를 알아서 걸러준 셈”이라며 “현재 한국에서 잇달아 진행되고 있는 강제동원 소송 또한 일본 외무성이 같은 방법으로 송달 자체를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소송 대리인단 및 지원단’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한국 외교부에 재발 방지를 위한 조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재송달을 요청했다. 대리인단 및 지원단은 “일본 외무성은 반송 사유조차 적지 못하는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고, 협약에 따라 압류 결정문을 신일철주금에 신속하게 송달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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