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가 4일 오후 국회에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 배제 조치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당·정·청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일본 화이트리스트 제외 맞서
소재·부품 경쟁력 강화 위해
위원회 만들어 범정부적 대응
“예산·법령·세제 수단 총동원”
청 비상체제로…TF 본격가동
이낙연 총리가 4일 오후 국회에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 배제 조치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당·정·청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우대국) 한국 제외 조처 이후 여당과 정부, 청와대가 4일 첫 고위당정청협의회를 열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대응책 마련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또 당정청은 내년에 관련 예산 ‘1조원 + 알파’를 마련해 관련 산업 분야에 집중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회의 뒤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고, 예산·법령·세제·금융 등 가용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정청이 이날 논의해 확정한 세부 내용은 5일 정부종합대책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 ‘경쟁력 강화’에 초점
이날 열린 고위당정청협의회는 결국 한국의 소재·부품·장비의 경쟁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이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지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맞춰졌다. 당정청은 효과적인 지원과 신속한 추진을 위해 범정부적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위원장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맡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 위원회를 뒷받침할 실무추진단을 조속히 설치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고, 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출범한 여야 5당과 민간, 정부를 망라한 ‘일본수출규제대책 민관정협의회’를 포함해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소재·부품·장비·인력 발전특별위원회’ 등과 협력할 예정이다.
■ 예산·세제·법령 등 다각적 지원
당정청은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에 반영된 일본 수출규제 대응 예산 2732억원을 신속하게 집행하고, 내년 본예산에서도 최소 ‘1조원 + 알파’를 마련해 관련 산업 분야에 집중 지원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내년 예산 편성은 오늘 논의하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방안을 중심으로 하되 중장기 인력 육성에도 역점을 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당정청은 그동안 부족했던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국내 공급망을 확고히 하기 위해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간 협력에 대해 자금, 세제, 규제 완화 등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상생협력 모델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2021년 12월31일 일몰 예정인 ‘소재·부품 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개정해, 혜택의 대상을 소재·부품·장비로 확대하고 법의 유효기간을 삭제해 상시법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 법은 소재·부품과 그 생산설비 산업의 발전 기반을 조성하고, 소재·부품 전문기업을 지원·육성하기 위한 취지로 제정된 법이다. 일본의 수출제한 조처로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가 절실해진 만큼 분야를 확장하고 상시적으로 제도적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당정청은 세계적인 분업구조에서 국내 산업의 필수적인 핵심 전략 품목에 대해 연구개발(R&D) 투자를 과감히 늘리고 예비타당성 면제 등의 지원도 하기로 했다.
■ 당정청 일본 성토…청와대는 비상체제로
이날 협의회에서는 일본 정부에 대한 규탄도 이어졌다. 이해찬 대표는 “경제전쟁을 선포한 명백한 도발행위”라고 비판했고, 이인영 원내대표도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결정은 국지전을 넘어 전면전으로 확장하겠다는 선전포고”라며 “기술독립에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제적·재정적·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정부는 대책을 착실히 이행해 우리 경제에 전화위복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도 내부적으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예정된 수석·보좌관회의 외엔 다른 주간 일정을 정하지 않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문 대통령이 별도의 대국민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있다. 앞서 청와대는 김상조 정책실장이 이끄는 ‘화이트리스트 대응 상황반’과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이 팀장을 맡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바 있다. 두 조직 모두 주말을 지나며 내부 점검과 활동 준비를 끝내고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열흘 앞으로 다가온 광복절 경축사가 한-일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 또는 고비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메시지 구상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김규남 이지혜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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