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3일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등 ‘경제적 상응 조처’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는 전략물자 외에 관광·식품·폐기물 분야에서의 대응책도 검토 중인데, 자칫 우리 정부와 기업에 부메랑이 되지 않도록 실질적이고 섬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화이트리스 배제’는 전략물자에 대해 한국도 일본에 더 깐깐한 수출 심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바세나르체제 등 4대 전략물자 국제통제체제에 모두 가입한 29개국을 ‘가’ 지역에 편성하고, 이 지역에 전략물자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에 간소화된 수출 심사를 해주고 있다. ‘가’ 지역 외는 모두 ‘나’ 지역으로 분류돼, 이곳으로 수출하는 기업은 정부로부터 3년짜리 포괄허가를 받을 수 없고 건건이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가’ 지역 수출은 허가신청서와 전략물자 판정서만 제출하면 되지만, ‘나’ 지역 수출은 계약서·서약서 등 추가 제출 서류도 늘어난다. ‘나’ 지역 수출은 비전략물자이지만 무기 제작·개발 전용 우려가 있는 경우 적용되는 ‘캐치올’(Catch-all·상황허가) 규제도 더 엄격해서 전용 의도가 ‘의심’만 되어도 상황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정부는 현행 전략물자수출입고시 10조를 개정해 ‘다’ 지역을 신설해 일본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일본에 대해 최소한 ‘나’ 지역과 비슷하거나 더 엄격한 규제를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전략물자 외에 ‘비관세 장벽’을 활용하는 카드도 검토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국민들의 안전과 관련한 사항은 관광·식품·폐기물 등의 분야부터 (일본에 대한) 안전조치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은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일본산 먹거리와 폐기물 수입에 대한 규제 강화 가능성이 우선 거론되고 있다. 앞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제한 조치를 다른 일본산 농수산물로 확대하거나, 검역과 안전검사 등 통관 절차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시멘트 업체들이 수입하는 일본의 화력발전소 폐기물에 대한 규제 강화 이야기도 나온다.
문제는 수출입 통제를 통해 일본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경쟁력이 앞서는 반도체·5G·디스플레이 등이 이른바 ‘보복 품목’으로 거론되는데, 주력 수출품에 대한 통제는 국내 대일본 수출 기업의 비용과 손실을 더 키울 수도 있다. 한국 기업의 수출입 차질에 따른 피해가 일본 기업에 비해 더 큰 ‘비대칭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법·제도상 근거와 상황 논리가 분명하지 않으면 일본과 국제사회로부터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민 안전’을 위해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안보상 이유’를 내세운 일본 주장과 달리 명백한 근거와 설득력을 제시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특별한 안보상 문제가 없는데도 수출규제를 강화한 것은 자유무역질서 위반이라는 우리 정부의 근거를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일본엔 작지 않은 영향을 주는 섬세한 제도를 설계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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