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03 23:04
수정 : 2019.08.03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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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저녁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규탄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정권 규탄 3차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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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2차 문화제보다 3배 많은 인원 모여
일본대사관 앞에서부터 조선일보사 앞까지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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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저녁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규탄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정권 규탄 3차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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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 ‘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한 가운데,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처를 규탄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민주노총과 한국진보연대, 한국 와이엠시에이(YMCA) 등 682개 단체로 이뤄진 ‘역사왜곡·경제침략·평화위협 아베 규탄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3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역사 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 규탄 3차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문화제는 “선조들이 끌려간 곳에 놀러 갈 수는 없지 않은가?” “사지 않습니다. 가지 않습니다” “보이콧 재팬” 등의 문구가 담긴 만장 수십 개가 등장하면서 시작했다.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노’(NO)라고 표시된 상의를 입고 “아베 정권 규탄한다”, “강제징용 사죄하라”, “조선일보 폐간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흔들었다. 문화제 시작과 동시에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시민들은 개의치 않고 자리를 지켰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쪽 추산 1만5000명이 참여했다. 지난 27일 열린 2차 문화제보다 3배 많은 인원이다.
정해랑 시민행동 대표는 참가자들을 “21세기 신 독립군 여러분”이라고 부르며 “이 폭염 속에서도 나날이 늘어나는 촛불이 시민의 힘”이라고 독려했다. 다만 정 대표는 “(아베 규탄 시위를 하지만) 그렇다고 일본 사람을 박대해선 안 된다. 그들이 오면 따뜻하게 대하자”라며 “우리가 싸우는 건 아베와 군국주의자들”이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이에 호응하며 “강제징용 사죄하라”, “침략지배 사죄하라”, “아베 정권 규탄한다”, “한·일간 굴욕적 한·일관계 청산하자”, “국민의 힘으로 새역사를 쓰자” “모이자 8.15 가자 일본대사관으로” 등의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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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저녁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규탄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정권 규탄 3차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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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오늘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청년”이라고 자신을 밝힌 한 참가자는 “(‘화이트리스트’ 명단 제외에 대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우리나라 정부의 친북과 반일 때문이라는 망언을 쏟아냈다”며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우리나라 잘못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다”라고 꼬집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처 이후 전범 기업과 일본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는 대학생 김수정(21)씨는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쓴 편지를 낭독했다. “우리는 일본이 무슨 짓을 하든 끝까지 행동할 것이다. 우리는 해결할 때까지 분노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반드시 이길 것이다. 이번에는 꼭 (강제징용 피해자) 할머니와 함께 일본의 사죄배상 받아내겠다”라는 내용이었다.
처음으로 문화제에 참여했다고 밝힌 이윤호(41)씨는 “우리나라가 대응을 준비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조처가 이뤄지니 적반하장이라고 생각돼 화가 났다. 이 조처가 일본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을 텐데, 아베 정권의 정치적 의도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어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직접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서 아이도 데려왔다”며 “특히 8월15일에 있을 집회 때는 꼭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촛불 문화제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일본대사관이 입주해있는 서울 종로구 트윈트리타워 앞에서 ‘한일군사정보협정 폐기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쳤다. 이후 이들은 오후 8시30분부터 약 30분 동안 종각역과 세종대로를 지나 중구 태평로에 있는 조선일보사 건물까지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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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아베규탄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정권 규탄 3차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사 앞에서 “조선일보 폐간”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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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사 건물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이곳을 향해 선 다음 <조선일보> 제호에 붉은 빗금이 그어진 출입금지 띠를 길게 이었다. 띠에는 ‘친일찬양 범죄현장 접근 금지’, ‘일본신문 조선일보 폐간’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참가자들은 한·일 관계에 대한 <조선일보>의 논조를 비판하며 “조선일보 폐간”을 외쳤다. 이요상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전 사무총장은 ‘조선일보는 자진 폐간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지난 주말에 <조선일보> 현판을 떼고 ‘산케이신문 한국지사’로 갈아붙이려 했는데 경찰이 막아 못 했다. 그런데 오늘 와 보니 <조선일보> 스스로 현판을 철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100년의 세월 언론이기를 포기하여 역사를 왜곡하고 불의에 눈감은 <조선일보>를 시민의 힘으로 폐간시키기 전에 스스로 문을 닫으라”라고 요구했다.
광화문 근처에서 행진에 합류한 김승일(48)씨는 “<조선일보>를 규탄하는 행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일을 하다가 중간에 뛰쳐나왔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에 조처에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믿는다. 다만 <조선일보>가 왜곡 보도로 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후 2시께에는 흥사단이 트윈트리타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과거사를 부정하고 국제질서를 무너뜨리는 아베 정권을 규탄한다”고 외쳤다. 이들은 “결국 일본이 한·일 관계를 극단으로 내모는 무모한 조처를 감행했다”며 “본격적인 ‘한국 때리기’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아베 정권에게 즉각적인 수출 규제 철회, 강제동원 등 과거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며, 동북아 평화를 위해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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