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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02 20:51 수정 : 2019.08.02 21:31

2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초치돼 외교부 조세영 1차관(오른쪽)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적 경고’ 넘어 ‘전략적 대응’ 카드로 떠올라
청와대 “군사정보 공유 맞는지 포함해 종합 대응”
일본이 한국 못믿겠다면 한국도 상응조처 강구
한·미·일 협력에 기반한 동북아 질서 전환점될 듯

2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초치돼 외교부 조세영 1차관(오른쪽)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이 2일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가 목록)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라는 카드로 반격에 나설지 주목된다. 일본의 이번 결정은 과거 한국에 대한 식민지배의 역사적 청산을 둘러싼 갈등을 안보 영역으로까지 확장한 것이어서 정부와 여당 안에선 이에 상응하는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는 이 카드를 미국의 관여를 자극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발사가 한창이던 2016년 체결된 이 협정이 이른바 한·미·일 3각 안보체제를 구축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조처가 한·미·일 안보협력을 위협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미국의 관심을 촉구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이 이날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면서 이 협정의 파기 여부가 ‘외교적 경고’에서 ‘전략적 대응’의 차원으로 올라섰다.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2차장은 “정부는 우리에 대한 신뢰 결여와 안보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나라와 과연 민감한 군사정보 공유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는지를 포함해 앞으로 종합적인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논리적으로는 협정 파기가 일본의 조처에 상응한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는 것은 더는 한국을 안보우호국으로 보지 않겠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한국도 그런 나라와 민감한 군사정보를 공유할 수 없는 게 맞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일본이 한국을 믿을 수 없는 나라로 취급한 상황에선 협정을 파기해도 된다”며 “한·미·일 협력에 대한 우려와 반발이 나오겠지만 귀책사유는 일본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 협정의 실효성을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우리가 주는 정보는 일본의 안보를 지키는 데 확실한 역할을 하지만 일본이 주는 정보는 한반도 인근을 벗어나는 것이 주종을 이룬다”며 “이 협정은 처음부터 일본이 (한반도 문제에) 발언권을 행사하고 평화헌법 파기로 나아가는 구상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본의 정보자산이 우리보다 우수한 게 현실이고, 이것이 우리 안보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핵심은 이 협정의 파기가 몰고 올 동북아 안보지형의 변화다. 일각에선 이 협정의 파기가 동북아 안보질서의 판을 바꾸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관측한다. 한 군사전문가는 “한마디로 한·미·일 안보협력의 방향성이 바뀌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미·일 협력을 기반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해온 문재인 정부로선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최근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면서 이 협정의 실효성이 강화되는 상황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일각에선 이 협정의 파기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이 협정을 파기할 경우 한·미·일 안보협력의 틀을 먼저 깨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기정 서울대 교수는 “협정 파기를 카드로 쓰려다가 미국의 개입을 불러왔다”며 “한·미·일 안보삼각형이란 자장에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끌려가는 상황이 돼버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이완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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