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01 20:02
수정 : 2019.08.0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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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오전(현지시간) 타이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19.8.1 방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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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리스트 배제는 사실상 ‘전면전’
한-일 외교 담판에서 기존 입장 되풀이
일본 정부, ‘각의 결정’ 마지막 숙고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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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오전(현지시간) 타이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19.8.1 방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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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하루 앞두고 한-일 외교 수장이 1일 타이 방콕에서 만났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돌아섰다. 일본을 방문 중인 국회 의원단은 집권 자민당 실력자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을 면담하려 했으나 끝내 거절당했다. 아베 정부가 2일 각의에서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강행할 뜻임을 보여주는 움직임이어서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일본이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 우리 정부도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일 관계는 되돌리기 어려운 길로 빠질 게 분명하다. 아베 신조 총리는 무엇이 한-일 관계의 미래와 일본 국익을 위한 길인지 마지막으로 숙고하길 촉구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회담에서 고노 다로 외무상에게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지 말라고 요청했으나 “(고노 외상의) 확답이 없었다”고 밝혔다. 고노 외무상은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는 안보를 목적으로 한 정당한 조처”라는 틀에 박힌 발언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반도체 부품 수출규제를 되돌리라는 한국 요구는 물론이고, 현 상태에서 추가 행동을 중지하고 협상에 나서라는 미국 쪽 중재안도 거부한 것이다. 일본이 도발한 무역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찾아볼 수가 없다. 끝내 한-일 관계를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가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일방적인 태도는 도쿄를 방문한 우리 의원단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국회 의원단은 이날 자민당 간사장인 니카이 의원에게 사실상 ‘문전박대’를 당했다고 한다. 애초 전날 오후로 잡혔던 면담 약속을 일방적으로 하루 미루더니, 다시 6시간 만에 내부 회의를 이유로 면담을 취소한다고 전격 통보했다고 한다. 국회에서 지일파로 꼽히는 강창일 의원이 “우리는 구걸외교를 하러 온 게 아니다”라고 분노했다는데, 일본이 이런 식의 무례함을 지속한다면 한국도 그에 걸맞은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로선 일본 정부가 2일 각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그렇게 되면, 그 파급효과는 경제 분야에만 그치지 않고 정치·사회 등 모든 분야로 확산될 것이다. 강경화 장관이 “일본의 수출규제가 안보상 이유로 취해진 것이라니 우리도 한-일 안보의 틀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처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중단까지 검토할 수밖에 없다. 아베 총리는 한-일 관계를 수렁으로 빠트릴 뿐 아니라 동북아의 안정까지 해칠 수 있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한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해 굴복시키려 하는 건, 일본 지식인들이 지난주 성명에서 밝혔듯이 한국을 ‘적대국’으로 대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그런 행동은 강제징용 피해 배상이라는 현안을 푸는 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두 나라의 ‘경제 전면전’만 부를 뿐이다. 아베 총리는 섣불리 결정하기 전에 다시 한번 신중히 숙고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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