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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01 14:14 수정 : 2019.08.01 20:23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간의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지소미아, GSOMIA). 한겨레 자료사진

아세안 회의 계기 방콕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 열려
외교채널로 접점찾기에는 실패한듯
강경화,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강행하면 ‘엄중한 파장’ 올것”
일본은 기존 입장 고수한듯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간의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지소미아, GSOMIA). 한겨레 자료사진
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태국 방콕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을 만나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조치를 멈추라는) 요청은 분명히 했다”며 “(배제 조치가 강행될 경우) 양국관계에 올 엄중한 파장에 대해서도 분명히 이야기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이 예정대로 2일 각료회의를 열어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라 사실상 외교 채널로 접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일 외교장관의 이번 만남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인 지난달 4일 일본이 대한국 수출규제 조처를 취한 뒤 처음이다.

26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 등 아세안 관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31일부터 태국 방콕을 방문 중인 강경화 장관이 이날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외무상을 만나 대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하고 특히 화이트 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일본 정부의 법률안 개정 추진을 멈추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이 이달 말이 기한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재연장하지 않을 가능성도 내비쳤다고 전해진다. 이날 회담에서는 북한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과 관련한 문제나 러시아의 독도 영공 침범으로 다시 촉발된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강 장관은 고노 외무상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일본의 반응과 관련해 “그(우리 쪽 요구)에 대해서는 확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회담 진행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의 입장에) 큰 변화가 있지는 않았다”며 “양측 간 간극이 아직 상당하다. 한국 쪽에서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이 제외될 경우 현재보다 훨씬 더 관계가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매우 우려된다는 점을 강력하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경제산업성 등 관계기관에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는 점 역시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화이트 리스트 배제 조치 등 일련의 경제 보복 조처는 일본 총리 관저와 경제산업성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과 협의한 일본 외무성이 총리 관저 쪽을 설득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 실제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 기업 자산 매각 연기 등을 요청했는지에 대해서는 “일본 측의 원론적인 입장 표명이 있었다”라고 말을 아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이 8월2일 각의 결정을 이미 상정을 하고 추진하고 있다. 강행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보고 있다”며 “연차적으로 일본 쪽에 자제, 중단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발신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식의 반응을 보일지 예단할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상당히 상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기존 입장에서 전반적으로 크게 변화된 것은 없었다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한국 정부의 ‘1+1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고, 이날도 변화는 없었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강제 징용 판결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계속 얘기한 게 있다”며 “그런 입장에서 전반적으로 답변을 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이 제대로 된 해법을 가져오지 않는 한 일본이 경제 조치를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런 쪽으로 이해를 하면 될 거 같다”고 말했다.

일본의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이달 말 지소미아 파기까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날 회담에서도 지소미아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강경화 장관은 “내일(2일) 각의 결정으로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결정이 나온다면 우리로서도 필요한 조치, 대응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수출 규제 조치 이유로 안보상의 이유를 들고 있는데, 한-일 안보의 틀에서 여러가지 요인들을 우리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라고 일본이 화이트 리스트 배제를 강행할 경우 지소미아 카드를 꺼낼 가능성을 내비쳤다. 강 장관은 “(고노 외무상에게) 한-일 안보 협력의 틀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미국이 한-일 갈등과 관련해 ‘분쟁 중지 협정’(standstill agreement)에 합의할 것을 촉구했다는 외신 보도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여러 기사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미국의) 중재 이전에 우리쪽에서 이 수출 규제 문제, 또 한-일 간의 강제징용 판결 문제에 대해서 협의를 하고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시간적인 여유가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문제가 있는 국가 간에는 협의를 통해서 해결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노력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여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조처를 멈추고 대화를 통해 협의를 이어가자는 취지의 미국 쪽 제안을 한국은 받아들일 의향이 있으니 일본도 호응하라는 취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다만 실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미국의 ‘중재안’이 구체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콕/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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