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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4 18:09 수정 : 2019.07.24 19:04

김규원
전국 에디터

최근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과, 이에 반발한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수많은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일본인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다름 아니라, 일본이 ‘정상적 국가’가 되는 길이다. 물론 아베 신조 총리가 말하는 ‘보통 국가’와는 좀 다르다.

먼저 일본이 정상적 국가가 되려면 1894년 이후 한반도와 만주, 중국, 동남아시아, 태평양에서 일으킨 전쟁 범죄에 대해 영원히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그 피해자들에게 끝없이 사죄, 배상해야 한다. 이들 전쟁은 모두 일본이 일방적으로 일으켰고, 일본이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피해는 일본인이 아닌 동아시아인들이 훨씬 더 참담하게 겪었다.

예를 들어 이들 전쟁에서 일본인 사망자는 310만명가량이었는데, 일본인이 아닌 동아시아인과 미국인 등 사망자는 2천만명을 넘었다. 일본은 중국에서 1천만명 이상의 민간인을 학살했고, 20만명가량의 동아시아 여성을 종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했다. 만주 하얼빈의 731부대에선 1만명가량의 동아시아인들을 생물·화학 무기 실험 대상으로 희생시켰다. 특히 한반도는 일본의 35년 강점에서 해방되는 과정에서 미국과 소련에 의해 분단돼 74년간 고통을 받고 있다. 일본은 스스로 일으킨, 동아시아 역사상 최대의 전쟁 범죄이자 참극을 한두번의 유감 표명으로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한국 정부나 시민단체가 일본군 위안부나 강제 동원 피해자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일본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돈 몇푼 더 받아내려는 뜻이 아니다. 이미 한국은 그 모든 피해자에게 배상과 보상, 치료를 제공하고도 남는 경제력을 갖고 있다. 한국이 원하는 것은 일본이 과거에 하지 말았어야 할 행위를 앞으로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는 것이다. 그것을 끝없는 사죄와 배상으로 증명하라는 것이다. 그런 일본의 반성적 태도 위에 미래의 한-일 관계, 동아시아 국제 관계를 새로 세워야 한다.

둘째로 일본은 영토 분쟁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현재 일본은 한국(독도)과 중국(댜오위다오), 러시아(쿠릴열도) 등 주변의 모든 나라와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 영토들은 20세기 일본의 제국주의, 전쟁 범죄와 관련이 깊다. 따라서 일본의 영토 분쟁은 주변 나라에 일본의 제국주의와 전쟁 범죄를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장치가 되고 있다. 영토 분쟁은 일본의, 그리 좋지 않은 평판마저 망가뜨리고 있다.

독일의 사례를 봐야 한다. 2차 대전 뒤 독일은 4대 전승국에 의해 영토가 분할됐고, 특히 기존 영토 가운데 프로이센과 슐레지엔, 포젠 전체, 포메른 대부분, 브란덴부르크 일부를 소련과 폴란드에 빼앗겼다. 남한보다 더 넓은 11만㎢였다. 그러나 독일은 1990년 10월 재통일하면서 2차 대전 뒤 잃은 모든 영토를 영구히 포기한다고 전세계에 약속했다.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치의 전쟁 범죄를 사죄했다. 그 결과로 독일은 남한만한 영토를 잃었지만, 오늘날 세계의 믿음을 얻었다. 좁쌀만한 영토를 더 차지하려는 일본의 시대착오적 탐욕은 일본을 더욱 작게 만들 뿐이다.

마지막으로 일본은 자유민주당과 같은 우파 정당의 일당 독재, 아베 신조와 같은 극우 정치인의 장기 집권을 끊어야 한다. 자민당은 현재까지 60년 동안 집권 중이고, 아베는 2021년까지 임기를 채우면 일본 역사상 최장기(9년9개월) 집권 총리가 된다. 그러나 그 긴 시간 동안 자민당과 아베는 일본을 더욱더 편협하게 만들어왔다. 일본이 솔직한 반성과 사죄로 주변 나라들과 원만하게 지낸 시절의 총리들은 대부분 자민당 소속이 아니었다. 바로 일본신당의 호소카와 모리히로(8개월), 일본사회당의 무라야마 도미이치(1년7개월),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간 나오토(2년) 총리였다.

일본 시민들이 지난 21일 참의원 선거처럼 자민당과 아베를 계속 압도적으로 지지한다면, 일본의 극우 정치 세력은 반역사, 반평화, 반인류적 태도를 고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결국 일본이 정상적 국가가 되는 길은 일본 시민들의 선택에 달렸다.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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