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21 18:58
수정 : 2019.07.2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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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라는 책을 쓴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대사.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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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무토 전 주한대사
2013년부터 미쓰비시 고문
‘한국경제’ 유 전 외교장관
김앤장 ‘징용사건 대응팀’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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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라는 책을 쓴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대사.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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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이런 판결이 나온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일본이라면 이런 판결이 안 나온다.”
지난 19일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가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밝힌 의견이다. 무토 전 대사는 일본 전범기업의 강제징용 배상 책임을 인정한 지난해 한국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면서, 한-일 위안부 합의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처에 대해 “합의를 뒤집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같은 날 <한국경제>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서 ‘외교의 실종’을 우려했다. 송민순 등 전직 외교부 장관 4명이 참여한 ‘익명’ 인터뷰에서, 유 전 장관은 한국 정부의 현실 인식과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목소리를 더했다.
미쓰비시,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 등 일본 전범기업 쪽에 서서 ‘강제징용 배상’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했던 무토 전 대사와 유 전 장관이 최근 전직 주한 대사, 전직 외교부 장관의 직함으로 한국 사회에 ‘훈수’를 두고 있다. 전범기업 편에 섰던 이들의 경력이 가려진 채, 현 상황에 대한 일방적 주장만 전달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의 두 기사에는 무토 전 대사와 유 전 장관이 미쓰비시 고문, 이들의 법률대리인인 김앤장의 일원이었다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2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공소장을 보면, 2010~2012년 주한 대사를 지낸 무토 전 대사는 2013년 1월부터 전범기업 미쓰비시에 고문으로 취임했다. 이후 그는 미쓰비시를 대리한 김앤장을 통해 한국 정부 인사를 접촉하려 했다. 사법농단 재판에서 공개된 김앤장 소속 조귀장 변호사의 이메일을 보면, 김앤장 쪽은 무토 전 대사의 방한 일정을 조율하면서 “고문(무토 전 대사)님은 일개 기업이 아니라, 양국 정부의 정치적 해결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함” “(무토 전 대사가) 현홍주·윤병세·유명환님과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유 전 장관과 윤 전 장관은 당시 김앤장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실제 그해 1월28일 무토 전 대사는 박근혜 정부의 초대 외교장관이 유력시되던 윤 전 장관을 만났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이 ‘정치적 해결’을 통해 2012년 대법원 판결 결론을 청구 기각으로 종결하는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08~2010년 외교부 장관을 지낸 유 전 장관은 2011년부터 김앤장 고문으로 영입돼 활동했다. 그는 2014년 11월 현홍주 전 주미 대사 등과 김앤장에 구성된 ‘징용사건 대응팀’에 소속돼 윤병세 당시 장관을 수차례 접촉했다. 한일포럼 한국 쪽 회장을 맡았던 유 전 장관은 2015년 6월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 이홍구 전 국무총리 등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을 접견해, ‘2012년 대법원 판결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유 전 장관은 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일본에 연사로 초청돼 일정상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최봉태 변호사(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소송 대리인단 및 지원단)는 “전범기업을 대변하던 사람들이 과거를 숨기고 마치 중립적인 입장에서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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