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관계자, NHK에 수출 규제 이유 밝혀
“한국 기업 사린전용 가능성에도 납품 독촉”
사린 가스는 90년대 옴진리교가 인명 살상한 독가스
구체성 없는 안보 문제 의혹 제기 잇따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정부 관계자가 한국에 반도체 소재 등 수출 규제를 한 이유로 수출한 원재료가 독가스인 사린으로 전용될 가능성을 들었다고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이 보도했다.
<엔에이치케이> 방송은 9일 이름을 밝히지 않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하게 취한 주요한 이유는 안보상 부적절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고, 사린 가스 전용을 그 한 이유로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이 관계자가 “(한국을 대상으로 수출 규제를 가한) 원재료는 화학 무기인 사린 등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부 한국 기업이 발주처인 일본 기업에 서둘러 납품을 독촉하는 일이 상시화되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이 관계자가 상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방송은 또 “경제산업성이 이를 문제로 보고 일본 기업에 대해서 청취 및 방문 검사를 한 뒤 개선을 요구했다”며 “그러나, 한국 쪽의 당국은 무역 관리 체제가 불충분해서 한국 기업에 적절한 대응을 취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군사 전용 가능한 물자가 한국에서 대량 파괴 무기를 개발하는 다른 나라에 넘어갈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는 염려가 있다고 봤다”며 “이번 조처에 들어간 배경이다”고 강조했다.
사린 가스는 1990년대 일본 내의 유사 종교단체인 옴진리교가 대량으로 살포해 다수의 인명을 살상한 독가스로 유명하다. 이때문에 일본 사회에서 사린 가스는 극도의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물질이다.
일본이 대한 수출 규제의 이유로 사린 가스 전용 우려를 꺼내 든 것은 이 조처에 대한 명분이 약한데다 안팎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일 반도체 소재 등 수출 규제 조처를 하면서 양국 신뢰관계 손상을 내세웠다. 그러나 대법원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해서 사실상의 보복 조처를 한 것이라는 비판이 일본 내에서도 나오자, 구체적 설명 없이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일본 정부는 급기야 이날 그 안보상의 이유로 사린 가스 전용 우려를 꺼내 든 것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7일 “한국은 ‘(대북) 제재로 제재를 지키고 있다’ ‘(북한에 대해) 제대로 무역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하지만) 징용공(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국제적인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명확하게 됐다. 무역 관리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번 보복 조처가 북한 문제 때문이라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 라이브 | 뉴스룸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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