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09 21:25
수정 : 2019.07.1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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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본 수출규제강화조치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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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긴급상정·미국에 중재 타진
“일 정부, 근거없이 한국 겨냥해
선량한 의도의 민간거래 막아”
국제사회에 “보복 부당성” 공론화
통상교섭본부장 조만간 미국으로
상무부·국무부 인사들과 연쇄접촉
미 주요 반도체 수요 기업과도 만나
‘해당 기업들도 피해’ 우려 전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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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본 수출규제강화조치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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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한 한국의 입장을 알리는 한편으로, 미국 쪽에는 일본의 규제가 국제 전략물자 통제 시스템에 위배된다는 점을 들어 중재를 요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과는 양자 협의를 하면서도 동시에 국제사회에 일본 조처의 부당성을 알리는 ‘투트랙’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9일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조만간 미국을 찾아 중재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략물자와 관련된 사안인 만큼 상무부는 물론이고 국무부 인사들도 접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전략물자 수출통제 3대 조약 등에 모두 가입한 아시아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이라며 “일본의 근거 없는 수출규제는 단순히 양국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전략물자 수출통제 시스템을 흔들기 하는 것이란 점을 미국 쪽에 설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물자란 군수물자와 군수에 전용될 우려가 있는 품목으로 국제사회는 위험한 곳으로 유출되지 않게끔 수출통제 시스템을 공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세나르 체제’(WA)다. 바세나르 체제는 냉전 당시 미국이 주도한 수출통제 협정 코콤(CoCom)의 ‘후신’으로 1996년 재래식 무기 확산 방지를 위해 발족했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42개국이 가입해 있다. 유 본부장은 지난 4일 “일본의 이번 조처는 특정 국가나 특정 국가군을 (수출통제의) 대상으로 하지 않으며 선량한 의도의 민간 거래를 저해하지 않도록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한 바세나르 체제 기본 지침에 위배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는 미국의 주요 반도체 수요 기업들도 접촉할 예정이다. 일본의 수출통제로 한국이 세계에서 6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공장이 감산 내지 중단될 경우 해당 기업들에도 막대한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전해 무역 상대국으로서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동시에 일본이 글로벌 공급망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략물자 수출통제 시스템의 ‘열쇠’를 쥔 미국이 이번 사태를 관망할 수는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 외교 소식통들은 “미국은 이번 사태에 적극 개입할 뜻이 없어 보인다. 한-일 갈등에 대해 미국 산업계에서 심각한 우려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세계무역기구에서 국제여론 환기를 통한 일본 압박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공식 제소 등 분쟁 절차를 밟을지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세계무역기구 분쟁 해결 방식은 너무 긴 시간이 걸려 사실상 실효성이 없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세계무역기구 분쟁 해결의 첫 단계인 양자 협의는 일본에 요청하기까지만 길게는 1년 가까이 걸릴 수 있다. 협의에 실패할 경우 6개월가량 패널 심리 끝에 1심 판정이 나오고, 이때도 한쪽이 불복하면 최종심인 상소기구에서 판정을 받기까지 최소 2~3년이 걸린다. 산업통상자원부 실무진들은 이미 법률 검토에 착수했으나 제소는 곧 ‘사태 장기화’일 수밖에 없어 신중한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세계무역기구 제소 준비를 신속하게 하되 시기는 전략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노지원 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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