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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04 19:03 수정 : 2019.07.04 20:11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6월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오사카/연합뉴스

일,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통제 강행
아베 ‘약속 안 지켜 제재’, 보복 자인
정부, 냉정하면서 치밀하게 대응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6월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오사카/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4일부터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반도체·디스플레이의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통제에 들어갔다. 이에 맞서 우리 정부도 “상응하는 대응을 하겠다”고 밝혀, 한-일 무역 갈등이 고조될 조짐을 보인다. 이런 식의 사태 전개는 한·일 두 나라 모두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 정치적 이유로 수출통제 카드를 꺼낸 일본 정부가 먼저 이를 철회하는 게 옳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일본 내부에서도 제기되는 비판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길 바란다.

일본의 수출통제로 앞으로 반도체 소재는 한국에 수출할 때마다 건건이 일본 정부의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절차에 90일이나 걸리는데다 일본 정부가 자의적으로 수출 불허를 할 수 있어, 사실상 경제 제재나 다름없다. 이웃나라의 경제 숨통을 조이려는 부당한 행동에 다시 한번 강한 유감을 표한다. 또한 1965년 한-일 수교 이래 유례없는 일본 행동의 궁극적인 의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소한의 외교적 양식과 예의가 있다면 당장 수출통제를 철회하는 게 순리다.

일본 정부는 처음엔 ‘안보상의 이유’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것이 허구임은 아베 총리 자신의 말로 확인됐다. 아베 총리는 3일 “역사 문제를 통상 문제로 엮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변하면서도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거론하며 “국가 간의 약속을 안 지키는 나라에 우대 조치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행동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임을 자인한 셈이다. 이런 식으로 정치·외교 갈등을 경제 갈등으로 확산시키기 시작하면, 앞으로 한-일 관계의 미래는 매우 어두울 수밖엔 없다. 아베 총리는 일본 내에서도 비판적 여론이 많다는 걸 깊이 새겨야 한다. <아사히신문>은 “자유무역의 원칙을 왜곡하는 조치는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도쿄신문>은 “일본의 조치는 일본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도 4일 본격 대응에 착수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일본 행위를 “경제 보복”으로 규정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맞대응 의사를 밝혔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는 “세계무역기구(WTO) 규범과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정치적 보복”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정부가 냉정한 태도를 유지한 건 잘한 일이다. 홍 부총리는 “보복이 보복을 낳는 건 양국 모두에 불행한 일이다. 양국 간 협의에 의해 잘 마무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그러려면 사태를 촉발한 일본의 수출통제 철회가 우선돼야 한다.

온라인에서는 걸그룹의 일본인 멤버 퇴출이나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한다. 정서적으로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아베 정권의 치졸한 행동이 한·일 두 나라 국민의 갈등으로 증폭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 정부의 잘못된 행동에 초점을 맞춰, 냉정하면서도 치밀하게 대응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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