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수출규제 3대 소재 중 2개, 한국 점유율 90% 넘어
반도체 소재 포토레지스트 91.9%
디스플레이용 FPI 93.7% 일본산
대기업-중견·중소기업 힘 합쳐
‘주요 소재·부품 국산화’ 목소리
일본 정부가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소재의 수출 규제를 시행하기로 한 데 대해 이제라도 소재 수입의 대일 의존도를 줄이고 약점으로 지적돼왔던 국내 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올 들어 5월까지 국내 업체들은 반도체 필수 소재인 포토레지스트를 1억1266만달러 수입했는데 그중 91.9%가 일본산이었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의 제작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는 1296만달러 수입됐는데, 일본이 93.7%를 제공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2017년 46.2%까지 일본 의존도가 낮아졌다 최근 다시 급증했다.
이들 두 소재와 함께 규제 대상으로 지목된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의 경우 어느 정도 수입선 다변화가 이뤄졌다. 올 1~5월 6478만달러 수입액 가운데 일본이 43.9%, 중국이 46.3%, 대만이 9.7%를 차지했다. 반도체 제작 공정에 사용되는 에칭가스는 2010년 72.2%로 일본에 대해 높은 의존도를 보였지만 최근 5년 사이 40%대로 내려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소재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중견·중소기업과 함께 하는 반도체 생태계 구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수출 물량이 각각 1267억달러, 249억달러에 이르며 수출 품목 가운데 1위와 4위를 차지한 국내 대표 산업이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와 엘지(LG)디스플레이 등 대표 대기업들이 성장을 주도해왔다.
반면 재료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아 ‘소재 산업 국산화’ 필요성이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성과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2001년 ‘부품소재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까지 제정하며 부품·소재 중심의 무역 구조로 전환을 꾀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는 평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화학물질 등 반도체 소재에서 일본의 세계 점유율이 높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며 “국내에도 일부 업체들이 있지만 일본의 기술력을 아직까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 수익 중심의 산업 구조를 해소하고 중요 부품·소재 국산화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재 연구는 시간과 돈을 바탕으로 하는데 대기업 중심의 수직 계열화인 국내 산업 구조에서 중소기업이 일본 기업처럼 독자 기술 개발에 투자해 생산까지 하는 게 쉽지 않았다. 화학 쪽 대기업들은 반도체 업체들이 소재를 수입해 쓰는 상황에서 다른 수익이 되는 분야로 눈을 돌려온 것도 현실이다. 빠른 추격자 전략의 단기 수익 중심 산업 구조가 혁신에 대한 관심을 낮추고 핵심 소재 부품의 해외 의존도를 높인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국산화와 산업 구조 개편에 힘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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