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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11 12:41 수정 : 2019.06.11 16:14

고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청와대 시절 밝게 웃고 있다. 고인이 생전에 ‘영정 사진’으로 골라놓았다고 센터 관계자는 전했다.

“하늘나라 가서 평화통일 위해 기도하겠다”
동교동 사저는 ‘대통령 사저 기념관’ 재탄생
노벨평화상 상금은 기념사업 기금으로

고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청와대 시절 밝게 웃고 있다. 고인이 생전에 ‘영정 사진’으로 골라놓았다고 센터 관계자는 전했다.
여성운동가·민주화 운동가로 평생을 보낸 고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의 유지가 공개됐다. 이 이사장은 유언을 통해 “하늘나라에 가서 민족적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11일 이희호 이사장의 장례집행위원장을 맡은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는 “이희호 여사님은 모든 가족과 함께 찬송가를 부르다가 지난 10일 밤 11시37분께 편안하게 소천하셨다”고 밝혔다. 김 상임이사는 “이 여사님이 입 모양으로 찬송가를 따라부르셔서 가족들이 깜짝 놀라고 좋아했다”며 이 이사장의 마지막 순간을 전했다. 가족들은 평소 이 이사장이 좋아하던 찬송가 ‘나의 갈 길 다가도록’을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상임이사는 고인이 남긴 유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유언을 통해 “국민들이 남편 김대중 대통령과 자신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국민들이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서 행복한 삶을 사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을 위해, 민족적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생전 거주하던 동교동 사저를 ‘대통령 사저 기념관(가칭)’으로 써달라고 유언했다. 김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상금도 고인의 유지에 따라 대통령 기념사업을 위한 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이 이사장은 유언 집행에 대한 책임을 김성재 상임이사에게 맡기며 “김대중 대통령 기념사업과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위한 김대중평화센터 사업을 잘 이어가달라”고 당부했다. 이 이사장과 가족들은 지난해부터 유언장 작성을 준비해왔다.

이 이사장은 노환으로 기력이 쇠하여 지난 3월20일부터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있었다. 이 이사장은 10일 밤 11시37분 별세했다. 향년 97.

장례는 5일장으로, 조문은 11일 오전 11시30분부터 가능하다. 빈소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 발인은 14일 오전 6시, 장례예배는 오전 7시 고인이 평생토록 다닌 신촌 창천교회에서 열린다.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에 합장한다.

아래는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 발표문 전문.

이희호 여사님께서 6월 10일 저녁 11시 37분 소천하셨습니다. 이희호 여사님께서는 1921년 9월 21일생으로 만 97세가 되셨습니다. 유족들은 모두 임종을 지키면서 성경을 읽어드리고 기도하고 찬송을 부를 때에 여사님도 함께 찬송을 부르시며 편히 소천하셨습니다.

이희호 여사님께서는 두 가지 유언을 하셨습니다.

첫째는 우리 국민들께서 남편 김대중 대통령과 자신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서 행복한 삶을 사시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을 위해,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두번째로 동교동 사저를 「대통령 사저 기념관(가칭)」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노벨평화상 상금은 대통령 기념사업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도록 말씀하셨습니다. 이 유언을 받들어 변호사 입회하에 세 아들의 동의를 받아 유언장을 작성했습니다. 유언 집행에 대한 책임은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에 맡기셨습니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 기념사업과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위한 김대중평화센터 사업을 잘 이어가도록 당부하셨습니다.

이희호 여사님 장례는 유족, 관련단체들과 의논하여 김대중평화센터 주관으로 <여성지도자 영부인 이희호 여사 사회장>으로 하기로 하였습니다.

이희호 여사님께서는 대학 시절부터 여성지도자 양성과 여성 권익 신장을 위한 결심을 하시고 YWCA 총무를 역임하시는 등 평생 현신하셨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결혼 후에는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통일을 위한 동지와 동반자로서 함께 고난도 당하시고 헌신하셨습니다.

영부인으로서 양성평등법 제정, 여성부 신설 등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여성재단을 만드시는 데 크게 기여하셨습니다. 또한 IMF 외환위기 때 결식아동을 위해 사단법인 「사랑의 친구들」을 창립하셔서 어려운 어린이, 청소년 그리고 장애인들을 위해 사랑을 나누셨습니다.

특히 남과 복이 평화롭게 공동번영하기를 염원하셨고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대 김대중 대통령과 평양을 방문에서 북한 어린이 돕기에 앞장섰고 계속 노력하셨습니다. 2015년에도 평화적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평양을 직접 방문하기도 하셨습니다.

이희호 여사님께서는 평생 어려운 사람들,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늘 함께하시고, 김대중평화센터의 이사장으로서 남과 북의 평화를 위한 일을 계속하시다가 소천하셨습니다.

2019년 6월 11일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 김성재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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