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23 17:28
수정 : 2019.04.2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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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12월 21일 화재로 29명 숨지고, 40명이 다친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제천시는 이 건물을 허물고 극장·상가·도서관 등을 곁들인 시민복합센터를 조성할 참이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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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 징계 의결…징계 내용은 비공개
앞서 검찰 불기소, 법원 재정신청 기각
유족 대책위 “국회 움직이자 뒤늦게 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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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12월 21일 화재로 29명 숨지고, 40명이 다친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제천시는 이 건물을 허물고 극장·상가·도서관 등을 곁들인 시민복합센터를 조성할 참이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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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12월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친 충북 제천 화재 참사와 관련해 당시 현장을 지휘했던 소방서장 등이 징계를 받게 됐다. 검찰이 이들을 불기소처분한 데 이어 법원도 유가족 대책위원회 등이 제기한 재정신청마저 기각한 터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는 소방징계위원회를 열어 제천 화재 참사 당시 소방 지휘관 등 6명의 징계를 의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충북도는 “당사자들에게 징계 의결 결과가 통보되지 않아 징계 수위 등은 공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제천 화재 참사 소방청 합동조사단은 지난해 1월15일 당시 현장 지휘 부적정과 상황 전파 미흡 등을 이유로 제천소방서장, 지휘조사팀장, 충북도 소방본부 119 종합상황 실장 등 3명을 중징계해 달라고 충북도에 요구했다. 충북도는 소방징계위원회에 이들을 포함한 소방관 6명의 징계 의결을 요구했지만, 소방징계위원회는 같은 해 3월5일 검·경의 수사, 재판 진행 등을 이유로 징계를 유보했다.
제천 화재 참사를 수사해 온 검찰은 수사심의위원회를 거쳐 지난해 10월18일 제천소방서장과 지휘조사팀장 등 부실 대응 의혹을 받아 온 소방 지휘부 2명을 불기소처분했다. 검찰은 “긴박한 화재 상황과 화재 확산 위험 속에서 화재 진압에 집중한 소방관들에게 인명 구조 지연으로 인한 형사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처분 이유를 밝혔다. 이에 반발한 유가족은 같은 해 11월 29일 항고했고, 검찰은 지난달 19일 “원 처분(불구속기소)과 같은 이유”라며 항고를 기각했다.
검찰이 항고를 기각하자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유가족 대책위원회는 법원에 재정신청을 했지만 이 또한 기각됐다. 법원은 “사고 당시 소방 지휘부의 조처가 최선이었다고 할 수 없지만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업무상 과실과 피해자 사망의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과 법원의 잇따른 결정에 유가족 대책위는 반발했다. 유가족 대책위는 “사고 당시 소방 지휘부가 상황 판단을 잘못해 사실상 구조를 포기했다. 그 사이 29명이 숨지고 70명이 다쳤다. 세월호 참사 때 구조를 잘못해 처벌받은 해경처럼 이들 또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유가족들은 충북도에 화재 참사 당시 소방 지휘관 등에 대한 중징계 촉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촉구서에서 “검찰이 당시 소방서장, 지휘팀장 등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이들이 제대로 직무를 수행했다면 희생자 중 일부라도 가족에게 돌아올 수 있었다는 게 소방청 합동조사와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제천 화재 참사와 같은 어이없는 희생이 반복되지 않고, 비록 소방관이라 하더라도 참사에 책임이 있다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국회는 지난달 28일 제천 화재 평가 소위원회(위원장 권은희 의원)를 꾸리고 조사에 나섰다. 국회 제천 화재 평가 소위는 지난 5일 유족 대책위 등과 간담회를 진행한 데 이어 제천시에 화재 건물 철거 보류 요청도 했다.
유가족들은 국회가 제천 화재 참사 관련 진상 조사에 나서자 충북도가 뒤늦게 징계 절차를 진행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김영조 제천 화재 참사 유가족 대책위 대외법률 홍보 담당은 “늦었지만 화재 참사 당시 부실 대응을 한 소방 지휘부를 징계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다만 국회가 움직이자 부랴부랴 충북도가 징계를 의결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어 씁쓸하다. 오는 25~26일께 충북도가 징계 내용을 통보하면 그에 맞춰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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