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분 간 검사 질문에 침묵한 이명박 전 대통령

지난 5월23일 첫 재판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검찰 피고인 신문에 묵묵부답
변호인과 검찰 실랑이 벌이기도
6일 검찰 구형·최후 진술 진행

지난 5월23일 첫 재판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전 대통령이 50여분 동안 진행된 검사의 피고인 신문에서 침묵을 지키며 75개 질문에 아무 답변을 하지 않았다. 법원은 오는 6일 오후 이 전 대통령의 결심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의 심리로 4일 오후 열린 이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검찰의 피고인 신문이 진행됐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 강훈 변호사는 “검찰의 모든 신문에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는 변동이 없다”고 밝혔으나, 재판부는 “상황을 보겠다”며 피고인 신문을 이어갔다.

검사는 “피고인은 (형) 이상은씨가 주도해서 다스를 설립했고, 자세히 모른다고 진술했는데 사실인가”, “이상은씨는 검찰 조사에서 피고인이 먼저 현대차 쪽에서 부품회사가 필요한 것 같다면서 (정세영 현대자동차 회장을) 만나보라고 했다는데 사실이 아닌가”, “5월23일 피고인이 정주영 당시 회장께서도 양해해줬다고 했는데, 언제 들었나” 등의 질문을 했다. 그러나 증인석에 앉은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진술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물을 마시거나 안경을 닦고, 기침을 했다.

재판부는 “진술 거부 의사가 명확한 것 같은데 여기까지 하면 어떻겠느냐”고 말했지만, 검사는 “(법정에서) 주장한 것과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사와 다른 점을 묻고 싶다”고 답했다. 변호인이 반박하려 하자 검사는 “저희도 물을 권한이 있다”고 한 뒤 “대통령 지위에 있던 분이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런 성격의 사건에서 답변 안 하는 것 자체가 조서로 남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진행할 수 있게 허락해달라”고 밝혔다. 방청석은 술렁였지만 검사는 질문을 계속 이어갔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묵묵부답을 이어갔다. 검사는 계속해서 “피고인은 유명로펌이 왜 비용을 받지 않고 다스 미국 소송을 도와주겠다고 이해했나”, “청와대 관련자가 법무부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꼭 (사면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나”, “이팔성씨와 만난 것은 자금 지원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 아닌가” 등의 질문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날 오후 4시부터 5시10여분까지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 이 전 대통령은 아무 답변을 하지 않았다.

결국 재판부는 이날 재판을 마친 뒤 오는 6일 오후 2시께 검찰의 구형과 변호인의 최후변론, 피고인의 최후 진술을 들을 예정이다. 재판이 끝나자 이 전 대통령은 방청하러 온 이재오 전 국회의원 등과 악수를 나눈 뒤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지지자들의 발언을 들으며 퇴장했다.

김민경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