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4.09 22:56
수정 : 2018.04.09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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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9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 따라 지난달 23일 새벽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동부구치소로 가기 위해 차에 오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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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다스 관련 혐의가 7개로 최다
“선거캠프 직원에 다스가 급여 지급
‘명목만 사장’ 통해 비자금 만들어
BBK에 140억 돌려받으려 온갖 노력
삼성에 소송비 67억 대납 ‘뇌물’ 챙겨”
MB 입장문 내 “짜맞추기 표적수사”
구속 때 ‘내 탓’ 태도 바꿔 강경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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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9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 따라 지난달 23일 새벽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동부구치소로 가기 위해 차에 오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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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9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의 기소는 가공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초법적인 신상털기와 짜맞추기 수사를 한 결과”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법조계에선 재판을 거부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이 전 대통령 쪽이 법정에서 검찰과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이날 이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하며 횡령(349억여원)과 조세포탈(31억여원) 등 다스 관련 7개 혐의, 뇌물수수(111억여원)와 대통령기록물 유출 등 9개 혐의를 적용했다.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서울 내곡동 자택 땅 매입금 6억원의 비밀도 풀렸다. 2012년 특검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는 ‘큰아버지 집 벽장에 보관하던 돈’이라고 진술했지만, 검찰은 이날 “6억원은 김윤옥 여사가 준 현금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사건은 이날 전자배당을 통해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에 배당됐다.
■ 다스 실소유 입증이 핵심 쟁점이 될 듯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크게 ‘㈜다스 실소유주’와 ‘뇌물’ 부분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진짜 주인’이라는 점은 ‘삼성 다스 소송비 대납’ 등 다른 혐의의 범행 동기나 배경을 설명하는 중요한 전제가 되고 있다.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양쪽이 향후 재판에서 ‘실소유 여부’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맞붙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검찰이 이날 수사 결과 발표문 첫머리에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은 “이를 규명하려고 창업계획을 누가 수립하고, 자본금을 조달한 사람이 누구인지, 또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누가 행사했는지, 회사의 경제적 이익을 누가 향유했는지를 전반적으로 조사해 내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다스에 대한 장악은 한시도 거두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2010년 2월 다스 대주주인 처남 김재정씨가 사망하자, 청와대 공무원들에게 김재정 명의 상속재산 처리 및 상속세 납부 방안을 검토하게 하고 재단법인 설립을 통한 상속세 절감 방안을 보고하게 한 일 등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특히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통해 비비케이(BBK)투자자문에 투자했던 140억원을 돌려받기 위해 미국에서 열리고 있던 소송 과정에 거의 ‘집착’ 수준으로 관심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다스 소송대리인이었던 김재수씨의 자격 논란에도 엘에이(LA) 총영사 임명을 강행하고, 삼성 쪽에 접근해 대통령 당선 전인 2007년 11월부터 소송비를 대납하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 이 전 대통령 ‘옥중 정치 투쟁’ 본격화?
이날 이 전 대통령은 검찰 기소에 맞춰 별도로 내놓은 입장문을 통해 “(다스가) 가족기업이기 때문에 설립에서부터 운영과정에 이르기까지 경영상의 조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다스는 오늘날까지 맏형에 의해 가족회사로 운영돼 왔다”며 “‘실질적 소유권’이라는 이상한 용어로 정치적 공격을 하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3일 구속수감 때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라던 이 전 대통령은 태도를 바꿔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헌정 사상 유례없는 짜맞추기 표적 수사를 진행해온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저를 겨냥한 수사가 10개월 이상 계속됐다. 가히 ‘무술옥사’라 할 만하다”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안보의 최일선에 섰던 국정원장과 청와대 안보실장, 국방부 장관들은 대부분 구속 또는 기소되고 있다. 북한에 어떤 메시지로 전달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실상의 ‘옥중 정치투쟁 선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영지 김양진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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