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3.26 17:24
수정 : 2018.03.2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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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2일 밤 서울동부구치소로 수감되기 위해 호송차량을 타고 들어가고 있다.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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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 뒤 처음 구치소 찾은 검찰 수사팀 조사 거부
“주변 계속 조사, 일방적 피의사실 무차별 공개” 주장
“공정한 수사 기대 무망, 추가조사 무의미하다 판단”
옥중조사 대신 페이스북에 천안함 8주기 추모글 올려
“매년 여러분 찾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돼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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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2일 밤 서울동부구치소로 수감되기 위해 호송차량을 타고 들어가고 있다.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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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26일 구치소를 찾아온 검찰의 방문 조사를 거부했다. 이 전 대통령의 조사 거부는 예상됐던 것으로, 법조계에선 ‘별 실익이 없다고 판단되는 조사를 거부하는 대신 정치적 저항을 하고 있다는 명분을 쌓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을 비롯한 검사와 수사관들은 이날 오후 이 전 대통령 구속수감 이후 처음으로 서울 동부구치소를 찾아 방문 조사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수사팀을 만나는 것조차 거부했다. 신 부장검사팀은 조사실에서 이 전 대통령 쪽 변호인인 강훈·박명환 변호사를 만나 조사 거부 입장을 전달받은 뒤 ‘다시 한 번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후 이 전 대통령 쪽 변호인단은 “수사팀이 ‘설득이 안 되면 인사라도 하고 가겠다’는 뜻을 전달해달라고 해서 접견실에서 대통령을 만났지만, 대통령께서는 ‘번의 할 생각이 없다’며 미리 작성해 놓은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서면을 검찰에 전달해주라고 하고 들어갔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추후 다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검찰의 방문 조사를 2시간가량 남겨둔 이 날 낮 강 변호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법무법인 열림'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적인 조사 거부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단은 “대통령께서는 모든 책임을 당신에게 물을 것을 여러 차례 천명했다”면서 “하지만 구속 뒤에도 검찰은 함께 일했던 비서진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을 끊임없이 불러 조사하고 있고, 일방적인 피의사실도 무차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는 것은 무망하고, 검찰의 추가조사에 응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거 같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불만이 있을 순 있지만, 조사 자체를 전면적으로 거부하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검찰로서는 구속 이후 주변 사람들에 대해 보강조사를 하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다. 세세한 피의사실이 담겨 있는 자신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먼저 공개해놓고 피의사실 공표를 문제 삼아 조사를 거부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측근들의 진술과 물증 등이 상당히 확보한 상황에서 조사에 응해 진술할수록 불리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사실상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취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구속된 이후 기소될 때까지 서울구치소에 마련된 별도 조사실에서 총 5차례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조사를 거부한 이 전 대통령이 이날 ‘옥중 페북’에 나선 것도 자신의 수감이 ‘형사절차’가 아닌 ‘정치탄압’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천안함 사건 8주기를 맞아 “통일되는 그 날까지 매년 여러분을 찾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비록 직접 찾아가 만나진 못하지만 여러분의 조국에 대한 헌신은 절대 잊지 않고,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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