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한겨레 사설] 20년 국민 속인 MB 구속, 늦었지만 ‘정의 실현’이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결국 구속됐다. 영장 청구 때부터 혐의 내용이 워낙 심각해 ‘이런 피의자를 구속 않으면 누굴 구속하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당연한 결과다. 일각에서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의 선처 주장을 펴기도 했으나, 영장에서 드러난 그의 죄상을 보면 공감하기 어렵다. 대통령 시절에도 최소한의 죄의식 없이 공무원들을 동원해 차명재산 관리를 시키는 등 공직자는커녕 돈벌이에 눈먼 장사치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20여년간 국민을 속여왔음에도 마지막까지 증거물은 ‘조작’이고 진술은 ‘허위’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했으니, 구속 수준을 넘어 법이 허용하는 최고의 단죄를 해도 모자라 보인다.
㈜다스가 그의 소유라는 데 대해서는 검찰이 이번에 충분한 근거를 제시했다. 1987년 설립자금을 모두 대고, 핵심 간부들을 자기 사람으로 채웠다. 김성우 대표 등 현대건설 사장 시절의 부하나 매제·아들·조카 등을 그때그때 요직에 앉혔다. 회사 운영상황도 정기적으로 보고받았다. 김 대표 등을 불러서는 허위 세금계산서를 이용해 비자금 조성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는, 처남을 통해 가져오라고 창구까지 지정해줬다. 실제 각종 선거 등에 비자금을 사용하고 선거운동원을 다스 직원 명부에 올려 월급까지 줬다. 이상은 회장에겐 지급하지 않은 법인카드를 이 전 대통령 가족은 사용했고, 대통령 퇴임 후 아들에게 회사 지배권을 넘기는 방안 보고서(‘PPP 기획안’)까지 나왔는데 더이상 어떻게 발뺌할 수 있겠는가.
외부에는 “다스는 형님 것”이라고 거짓말하면서, 청와대 안에선 다스 재산 관리와 소송에 공무원을 총동원했다. 미국에서 소송 챙길 사람을 로스앤젤레스 총영사로 보내놓고 미국변호사 자격을 가진 행정관 등에겐 지원 업무를 맡겼다. 국세청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에게 상속·탈세 방안까지 검토시켰다니 그 뻔뻔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삼성에 소송비용을 물게 해놓고 “이자까지 받아내라”고 변호사 쪽에 지시하고, 퇴임 직전엔 “(삼성이 대납한) 남은 돈도 받아오라”고 지시했다는 영장 내용은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다스뿐만이 아니다. 형이나 부인·사위 등 온 가족이 동원돼 당선 전후는 물론 대통령 시절에도 인사나 공천, 공사 수주 등을 빌미로 거액의 뇌물을 챙겼다. 대부분 청탁한 대로 성사됐으니 대가성이 분명해 보인다.
영포빌딩에서 압수된 문건들은 상당수가 불법사찰을 통해 작성된 보고서나 정치공작·국정농단의 물증들이다. 검찰은 형사처벌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대통령기록관에도 이관하지 않고 빼돌렸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뿐 아니라 헌정유린의 증거이기도 하다. 철저히 조사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영장 심사도 거부하고 사실상 정치투쟁에 돌입했으니 이제 법의 엄중함을 보이는 길밖에 없다. 거악을 용서하면 법치주의가 설 땅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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