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검찰 포토라인서 “참담…국민들께 죄송”
다스 등 20여개 혐의 추궁에 “나와 무관” 부인
한밤까지 조사…구속영장 여부 이르면 이번주 결론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 20여가지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포토라인에 서서 미리 준비해온 메모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14일 마침내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2013년 2월 퇴임한 지 5년 만에 100억원대의 뇌물수수와 350억원 횡령, 수십억원 조세포탈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 되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섰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나는 다스와 무관하다”, “(측근들이) 돈을 받은 사실을 모른다”며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측근들이 “다스는 이 전 대통령 소유”라고 털어놓고, 뇌물을 전달하고 받은 당사자들이 모두 그를 지목했지만, 그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10여년 전인 2007년 대선 때 다스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되자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발했던 때와 조금도 달라진 게 없었다.
앞서 이날 오전 9시23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이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에서 준비해 온 입장문을 보며 여섯 문장의 짧은 소감을 밝힌 채 조사실로 향했다. 그는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민생 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지난 1월17일 “정치공작이자 정치보복”이라며 검찰 수사를 맹비난하던 것과 달리,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이 가리키는 것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인지, 기존 주장처럼 ‘정치보복’인지는 모호했다. 원래 입장문에는 “이번 일이 모든 정치적 상황을 떠나 공정하게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는 대목이 있었으나 읽지 않고 건너뛰었다.
이날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은 강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등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가며 혐의들을 전면 부인하는 진술로 일관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자신의 혐의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전혀 모르는 일이고, 설령 이뤄졌더라도 실무 차원의 일’이라며 대체로 부인하는 취지”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부인에도 검찰은 이 전 대통령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검찰은 국가정보원(17억5천만원)은 물론 삼성(60억여원),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22억5천만원), 대보그룹(5억원),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4억원) 등으로부터 100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와 다스 회삿돈 횡령(350억여원), 조세포탈(수십억원) 혐의 등을 입증할 구체적 물증과 진술이 어느 수사 때보다 탄탄하게 준비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사를 마친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방침이다. 수사팀은 15일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조사 결과를 보고한 뒤 영장 청구 여부를 이르면 이번주 안에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뇌물수수액만 100억원대에 이른다는 점에서 법원이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할 경우 구속은 물론 중형 선고 또한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뇌물 범죄 양형기준을 보면 수수액이 5억원이면 선고될 수 있는 기본 형량이 징역 9~12년이다. 죄질을 따져 가중처벌되면 징역 11년 이상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도 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 조사 결과가 법정에서 대부분 인정된다면 형의 감경 요소는 거의 없고 가중 요소만 많다. 뇌물만으로도 20년 이상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전 대통령의 재판은 구속 시점을 기준으로 1심은 6개월 이내, 항소심과 상고심은 각각 4개월 이내에 결론이 날 수 있다. 검찰이 조만간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다음달 초에 기소가 이뤄질 경우 10월께 1심 선고가 나오게 된다.
김양진 서영지 기자 ky0295@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정치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