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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20 17:31 수정 : 2017.08.21 07:53

살충제가 검출된 전남 나주 정화농장의 달걀. 생산자번호 ‘13정화’가 찍혀 있다. 식약처 제공

달걀 안 들어간 빵 직접 만들고
채식카페 식물성 식품 주문 늘어
생협 달걀 1시간 만에 동나기도

살충제가 검출된 전남 나주 정화농장의 달걀. 생산자번호 ‘13정화’가 찍혀 있다. 식약처 제공
직장인 김호연(36)씨는 지난 17일 서점에 들러 달걀·버터 없이 만드는 채식 빵과 채식 요리 조리법이 적힌 책 등 채식 관련 책 3권을 샀다. 김씨의 4살 된 딸은 식사 때마다 달걀 반찬을 자주 찾는데, ‘살충제 달걀’ 파동을 접하고는 계란 요리를 해주기가 망설여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달걀 반찬을 대체할 음식을 고민하다 온라인 육아 카페나 블로그 등을 보며 채식 요리와 계란 없이 만드는 빵 정보를 알게 됐고 관심이 깊어졌다. 내친 김에 채식 요리나 제빵 수업도 찾아가 볼 생각이다. 김씨는 “딸에게 간식으로 자주 주는 빵이나 과자에도 계란이 들어있다”며 “아이는 간식을 찾는데 안 줄 수도 없다. 직접 배워서 안전한 간식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살충제 달걀’ 파동 이후, 달걀 없이 만드는 채식 요리나 간식 조리법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유기농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걸음도 늘었다.

비건(채식주의자) 식당 운영자들은 달걀 파동 이후,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는 소비자들의 관심과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비건 카페 ‘쿡앤북’을 운영 중인 전수미씨는 최근 “달걀이 안 들어간 케이크를 주문하고 싶다”는 예약 전화를 자주 받는다. 전씨는 10여년 전부터 비건 카페를 운영했다. 비건 카페 특성상, 버터와 달걀을 사용하지 않고 식물성 재료만 사용해서 만든 식사와 케이크 등을 판매한다. 채식주의자는 식물성 식품만 먹는 완전 채식주의자인 비건(Vegan)과 우유와 유제품은 먹는 락토(Lacto), 달걀까지 먹는 오보(Ovo), 달걀·우유·유제품을 모두 먹는 락토-오보 등으로 나뉜다. 전씨는 “달걀 파동 뒤 평소보다 하루 2~3건씩 주문이 늘었다. 10년 전만 해도 채식주의자가 많지 않아 카페 운영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조류인플루엔자(AI)나 ‘살충제 달걀’ 파동을 겪으면서 채식 인구가 늘고 있다는 게 확연히 느껴진다”고 말했다.

부산 동래구에서 채식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김민실(43)씨는 소비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오래 전부터 매장 앞에 ‘(빵을 만들 때) 계란, 우유, 버터 등을 사용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써놨다. 최근 문구를 본 학부모들의 문의가 잦아졌고, 평소보다 30% 정도 손님이 늘었다. 김씨는 “(‘살충제 달걀’ 파동 이후) 주위에서 채식에 관심 없던 분들도 ‘채식 베이킹’을 전보다 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소비자들이 먹거리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친환경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생협을 찾는 이도 늘었다.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한살림 성산매장은 요즘 달걀 매대가 더 빨리 텅 빈다. 성산매장은 주중에 달걀 10알들이 60판 정도를 들여와 판다. 평소엔 보통 오후 3시께 모두 팔리는데 ‘살충제 달걀’ 파동 이후엔 문 연 지 1시간이면 매진된다. 한살림, 아이쿱생협, 두레생협 등은 모든 생산 농가에서 방역당국의 검사결과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한살림 관계자는 “최근 생협 조합원 가입자가 늘었다. 비조합원 조합원 가릴 것 없이 매장에 들어오는 계란이 안전한지 문의가 쏟아진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최소연 조진영 교육연수생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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