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20 12:45
수정 : 2017.08.2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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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형으로 키우는 닭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조아농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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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인증 · 동물복지인증 모두 4가지
‘케이지 사육’은 무항생제 친환경인증만
동물복지인증은 부리 자르기도 금지
단, 4단 이하 구조물 허락한 아쉬움
“친환경 농업 다 잘못된 것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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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형으로 키우는 닭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조아농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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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49곳의 농장 중 친환경인증 농가가 31곳이나 된다. 모두 친환경인증 중에서도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농가이다. 친환경인증 중 유기축산과 동물복지인증 농가는 상대적으로 안전했다. 왜 그럴까.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하는 축산물에 대한 4가지 인증제도 중 친환경인증은 무항생제와 유기 축산이 있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케이지 사육 여부다. 케이지를 사용할 경우 유기축산 인증이 나오지 않는다. 유기 축산은 사육조건에 유기농 사료를 닭에게 먹이는 것은 물론, 사육장에 방목지를 포함할 것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무항생제 인증에는 ‘가축의 생물적, 행동적 욕구를 만족하게 할 수 있도록 사육환경과 축사의 사육밀도를 유지 관리할 것’으로만 모호하게 나와 있다. 세부내용을 확인해보면 1마리당 케이지 크기는 0.05㎡였다. 한 면이 20~25㎝ 정도의 사각형이면 된다.
친환경인증이 아닌 동물복지인증은 동물의 생활공간에서의 안락함, 자연스러움 등을 강조한다. 규정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닭의 생태습성을 고려해 바닥 25~40㎝ 높이에 횃대를 설치하고, 카니발리즘(닭이 몸을 쪼는 것)을 막는다고 행해지는 부리 다듬기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특정한 상황에 놓여 부리를 다듬어야 한다고 해도 수의사의 서명과 사유가 기재된 서류와 부리 상태를 확인해줄 서류를 보관해야 한다. 산란장은 암탉 7마리당 1개 이상의 개별 산란상과 산란계 120마리당 1㎡ 이상의 산란장소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사육장 안에 4단 이하의 다단 구조물을 만들 수 있는 것이나 실외방목장을 두는 것은 선택으로 하는 현행 동물복지 인증 기준은 진정한 동물복지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외방목장을 1마리당 1.1㎡ 이상의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추가사항으로 따로 분리해뒀다. 자연방사로 2만여마리의 닭을 키우는 정아무개(55)씨는 “방사형으로 닭을 키우는 농가는 10여가구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농가 80여가구는 닭이 사육장 안을 돌아다니는 구조로 자연방사와는 다르다. 이걸 구분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동물복지인증 농가의 동물 친화적인 사육시설 기준을 인정하면서도, 그 동물이 낳은 달걀에 대해서는 인증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동물복지형 산란계 농가로서는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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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밟거나 쌀겨로 목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닭이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조아농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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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살충제 달걀 파동을 두고 농가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압도적이다. 무항생제 인증은 항생제 검출만 신경 쓸 뿐 일반 농가의 관행적인 사육방법을 유지하는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축산부가 지정한 780곳의 친환경인증 농가 중 765곳이 무항생제 인증 농가였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 숫자만으로 볼 때는 ‘케이지 사육’의 경고가 분명했다.
이를 두고 무농약 친환경으로 농업에 종사해 온 이들도 18일 성명서를 냈다. 김영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정책기획실장은 “친환경으로 농사하면 가격이 비싸지니까 친환경농축산물을 소비자가 안 먹는다. 그렇게 몇 년씩 소비자의 외면을 견뎌내면서 지켜온 친환경 농사였다. 이번에 일부 친환경인증 축산 농가가 적발된 걸 두고 모든 친환경 농업이 다 잘못됐다는 오해를 받을까 봐 염려된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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