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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01 10:27 수정 : 2017.08.16 16:17

정치BAR_송경화의 올망졸망_수사결과 발표부터 페북 댓글까지

국민의당은 7월31일 긴 하루를 보냈습니다. 취재 중 기록용으로 남겨놓은 사진을 통해 하루를 정리해봤습니다. 제 휴대전화로 급히 찍은 것들이라 선명하진 않습니다.

이날 오전 11시 검찰은 ‘제보조작’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오후 2시에는 당 비대위원과 국회의원들의 회의가 예정돼 있었습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참석할지가 관심사였습니다. 지난 6월26일 박주선 비대위원장이 처음 이 사건을 공개하며 사과한 뒤 안 전 대표는 16일간 침묵을 지킨 바 있는데요. 당시에도 송기석 의원 등이 초반부터 ‘사과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이용주 의원 등은 당 자체 조사와 검찰 수사로 사건의 윤곽이 드러난 뒤 하는 게 낫겠다고 조언했다고 합니다. 안 전 대표의 선택은 후자였습니다. 지난 7월12일에야 사과를 하자,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기자들은 한동안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안 전 대표 자택 앞에서 소위 ‘뻗치기’를 해야 했고요.

안철수, 대선 뒤 국회 처음 나타나…

이날은 달랐습니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안 전 대표에게 전화해 오후 2시 회의에 참석해 대국민 사과에 동참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안 전 대표도 응했습니다. 오후 1시50분께 국회 본청에 도착했습니다. 안 전 대표가 국회 본청을 방문한 건 대선 뒤 처음입니다. 그는 2층에 준비된 회의장으로 가지 않고 3층 박주선 위원장 사무실로 먼저 향했습니다. 굳은 표정으로 영상 카메라를 마주하며 긴 복도를 걸어왔습니다. 바로 박 위원장 방으로 들어가 비공개 면담을 가졌습니다. (①) 밖에서 기다리며, 함께 온 안 전 대표 쪽 관계자에게 경위를 물어봤습니다. 그는 “원래 검찰 수사 결과 발표 뒤 입장 발표의 자리를 가지려 했는데 마침 당에서 이런 일정이 있다고 해서 합류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지난번 ‘실기했다’는 비판이 교훈이 된 듯 했습니다.

① 박주선 비대위원장 방으로 들어가는 안철수 전 대표
할 말 많은 박지원

이윽고 박지원 전 대표도 박 위원장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박 전 대표가 이 곳에 오기 전 전화로 따로 물어봤습니다. 검찰이 발표한 수사 결과를 어떻게 보는지요. 박 전 대표는 ‘36초’ 얘기를 여러 번 했습니다. 조작된 자료가 발표되기 전, 이번에 구속 기소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박 전 대표에게 전화해 ‘자료를 확인바란다’고 얘기했다는 그 36초 말입니다. 검찰 수사 결과 이 36초는 범행 관련 두 사람의 연결고리가 되지 못했습니다.

박 전 대표는 “36초간 통화하며 ‘대표님 (자료) 보내겠습니다’ 해놓고 (자료가) 안 왔단 말입니다. 그리고 (문자폭탄용으로 따로 개설해 비서관이 가지고 있던) 다른 번호로 갔단 말이죠. 그래서 제가 보고를 안 받은 것이죠”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아침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36초’를 언급한 것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 전 최고위원도 (통화 사실을) 기억 못하다가 3차 (당 자체) 조사에서 그 얘기가 나와서 내가 인정을 했잖아요. 그런데 추 대표 봐요. 검찰 수사에 의해서 36초 통화가 적발됐다고 말하잖아요. 이런 짓거리를 하면 되겠어요?” 그는 “지금 보니까 ‘검찰, 박지원 조작 관여 안 했다고 발표’ 이렇게 기사가 나오는데 제가 처량해지잖아요. 당은 어려운데 나만 안 했다고 해서 되겠어요? 그러니까 말을 안 해요”라고 덧붙였습니다. 10여분간의 면담 뒤 세 사람은 나란히 의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회의장으로 향했습니다. (②)

② 의원들이 기다리는 회의장으로 이동하는 세 사람
울먹인 이용주

오후 2시를 넘겨 시작된 의원단 회의는 곧 비공개로 전환됐고 생각보다 길어졌습니다. 검찰 조사를 받고 온 이용주 의원과 당 자체 조사 단장을 맡은 김관영 의원이 각각 보고를 했다고 합니다. 한 의원은 이후 통화에서 “이용주 의원이 자신이 단장이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됐다, 할 말이 없다고 하면서 목이 메이듯 말을 못 잇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사과문의 세부적인 문구를 두고 의원들 사이 의견들이 많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습니다. 하지만 안 전 대표는 회의에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자들은 마감 시간을 체크하며 초조하게 문 밖에서 기다렸습니다. (③) 1시간20여분이 지난 뒤에야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박주선 위원장이 기자들 앞에서 사과문을 발표하는 내내 안 전 대표는 굳은 표정을 유지했습니다. (④)

③ 사과문 문구 합의를 기다리는 기자들

④ 사과문을 읽는 박주선 위원장과 지켜보는 안철수 전 대표
사과문 발표 뒤 회의장을 빠져나가며 이언주 의원이 눈물을 닦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나중에 왜 울었는지 물어봤습니다. 이 의원의 답은 이랬습니다. “처음에 충격, 그 다음에 우리 스스로한테 실망하고 이후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구속되면서 좌절했던 것, 그러면서 온갖 비난들을 받으며 안철수 전 대표도 연관된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았지만 우리는 모르니까 말을 할 수 없었고 답답했는데 일단락됐으니까. 아, 이제 끝났구나. 이런 거였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죠. 다시 일어섭시다.” 이 의원은 8월27일에 있을 전당대회에 출마할지 고민중이라고도 했습니다.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이 31일 오후 국회에서 19대 대선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마친 뒤 눈물을 흘리며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안 전 대표에 대해서도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사과문 발표 뒤 국회 본청을 떠나는 그에게 기자들이 물었습니다. 출마를 고심중인지를요. 그는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다”고만 했습니다. 이후 차를 타고 떠났습니다. 대선 때 타고 다니던 은색 카니발이었습니다. 그가 차에 탈 때까지 대선 때 비서실장이었던 최경환 의원이 그를 배웅했습니다. 안 전 대표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이용주 의원도 보였습니다. (⑤, 왼쪽 뒤 실루엣) 안 전 대표는 언제 또 이곳 본청을 방문하게 될까요?

⑤ 떠나는 안 전 대표와 배웅하는 최경환 의원, 그 뒤에 이용주 의원
취재를 마치고, 기사를 정리하고 하루를 마감하려는데 박지원 전 대표의 페이스북 글이 보였습니다. 밤 11시40분에 올린 것이었습니다. “너무 기분이 나빠 몇분 좋으신 분들과 소신껏 소폭 마셨습니다. 아무리 박지원이 구정치 음흉한 정치를 상속받아 유산으로 지키지만 변명도 원망도 않습니다. 제가 망가져도 당을 지킵니다. 꼭 제가 제보조작 사건에 개입되기를 바랐던 분들께 실망드려 죄송합니다.” 다음날 아침 SBS·MBC 라디오에 나간다는 예고글 바로 뒤였습니다. 페북 글에,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이 바로 댓글을 달았습니다. 최 의원은 민주당에서 국민의당으로 가장 최근에 합류한 의원이죠. 그는 “여러 사람 개입되길 바랐던 분, 스스로 바닥을 경험하실 겁니다. 그리고 묻겠죠. ‘여기가 어딥니까?’”라고 적었습니다. 추 대표가 이날 낮에 ‘국민의당에 드리는 시’라며 정호승 시인의 ‘바닥에 대하여’를 페북에 올린 데 대한 응수였습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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