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3.04 15:56
수정 : 2017.03.0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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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피살' 사건 용의자 리정철이 4일 새벽 베이징 북한대사관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됐다가 3일 추방된 뒤 베이징을 경유한 것으로, 7일 귀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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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된 뒤 베이징 경유중
“말 수사 당국이 자백 강요”
낮에도 기자회견하려다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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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피살' 사건 용의자 리정철이 4일 새벽 베이징 북한대사관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됐다가 3일 추방된 뒤 베이징을 경유한 것으로, 7일 귀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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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수사 당국이) 계속 인정하라, 죄를 인정하라, 인정하지 않으면 너희 가족이 멸살이다, 너도 무사하지 못한다, 모두 인정을 하면 말레이시아 땅에서 잘 살 수 있는데(라고 했지만) 천만에…, 말레이시아 땅에 암만(아무리) 잘 산다 할지라도, 나를 이때까지 키워주고 먹여준 조국을 어떻게 잊겠나(라고 생각했다). 정말 매일 밤 매일 낮 하루하루가 10년만 같고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조국이 있기 때문에 견뎠습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의 용의자로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됐다가 석방 뒤 추방된 리정철(46)이 4일 새벽 베이징에 도착해 기자들을 만나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사와 관련해, “증거가 있지도 않은 얼토당토 않는, 그러한 수작들이었다. 이건 모략이다. 높아가는 공화국의 위상과 존엄을 훼손시키는 모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말레이시아 당국으로부터 범행을 자백하라고 강요받았으나 거절했다고 말했다.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직원들이 연루된 것으로 지목된 데 대해서도, “(말레이시아 당국이) 증거를 댈 수 없으니까, 우리 대사관 성원들, 알 수 없는 성원들을 강짜로(강제로) 결부시키면서 공모결탁해서 살인 행위를 시도했다는 것”이었을뿐, “말레이시아 당국은 허위와 날조된 증거를 대면서 나를 살인자로 몰려고 (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말레이시아 수사 당국은 그가 김정남 피살 직후 북한으로 도주한 용의자들에게 차량과 숙박을 제공하는 등 범행을 지원한 것으로 보지만, 정확한 물증 확보에 실패해 기소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지 건강식품업체 위장취업이 이민법 위반이라는 혐의로 3일 오후 추방했다. 리정철은 이날 기자들에게 말레이시아에서 비누 원료를 수입하는 일을 했다면서, 김정남 피살 당일 자신의 차량이 왜 공항이 있었다는 일각의 관측에는 “모른다. 차량이 그곳에 있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새벽 1시53분께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30여명의 취재진을 만났지만, 취재경쟁 속에 그를 에워싸고 일대 혼란이 벌어지자 “똑바로 합시다. 이런 식으로는 안 하겠어”라며 언론 접촉을 거부하는 듯했다. 일부 일본 매체들은 말레이시아에서 베이징으로 이동하는 항공편에도 그를 동행하며 “기분이 어떤가” 등을 물었지만 그는 특별히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항에서 일부 취재진과는 대화를 시도하기도 했고, 대사관에 도착한 뒤 새벽 2시45분께 다시 나와서는 14분 가량 사실상의 기자회견을 했다.
4일 오후에도 다시 기자회견을 한다는 공지가 전해지면서 베이징 주재 각국 취재진 50명 가량이 북한대사관 정문 앞에 모여들었으나, 돌연 대사관 관계자가 다가와 “오늘 예정된 기자회견은 진행하지 않습니다”라며 취소를 통지했다. 기자들이 이유를 묻자 “사정이 있어서”라고만 답한 뒤 이 관계자는 다시 대사관으로 돌아갔다. 애초 이날 기자회견은 대사관 내부에서 진행하기로 한듯, 중국 공안이 기자들의 신분증을 검사하기도 했다. 항공편 사정상 리정철은 오는 7일 평양으로 귀국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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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중국 베이징 북한대사관에서 리정철 기자회견이 있다는 소식에 각국 취재진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대사관 쪽은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베이징/김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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