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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2.26 16:47 수정 : 2017.02.27 08:52

2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자리한 북한대사관 앞에 취재진이 모여 있다. 쿠알라룸푸르/AP 연합뉴스

북 ‘VX’ 사용 후폭풍
“미국이 가장 예민해하는 물질”
백악관·국무부 대북시각 급랭
실무자 ‘자율공간’ 대폭 위축
정권교체 틈새 유화움직임 제동

흔들리던 북-중 관계에도 대형악재
NYT “2차대전 이래 최악 치달을 수도”

2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자리한 북한대사관 앞에 취재진이 모여 있다. 쿠알라룸푸르/A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46) 피살에 신경계 작용 독성물질인 ‘VX’(브이엑스)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들어 조심스럽게 타진되던 한반도 긴장완화 노력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대북 분위기도 강경해지고 있다. 북-미 관계뿐 아니라 북-중 관계, 나아가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미-중 간 물밑 움직임도 중단될 것으로 보여, 동력을 다시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북-미 관계를 보면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 대북 정책 담당 실무자들이 정권교체기라는 ‘열린 공간’을 활용해 북한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려는, 신중하지만 뚜렷한 흐름이 있었다. 국무부의 암묵적 동의가 필요한 대북 인도주의 지원 단체들의 방북이 이어졌고, 북한 관리와 미국 대북 전문가의 3월 초 뉴욕 1.5트랙(반민반관) 개최 노력도 이런 연장선이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김정남 피살에도, 이런 흐름은 불안하게 이어졌다. <뉴욕 타임스>도 25일치 기사에서 “이런 상황 전개가 북한과 협상을 진행하려는 국무부 계획을 막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애초 국무부가 24일 오전까지도 1.5트랙 주최 쪽에 북한 관리들의 비자 발급을 승인하겠다고 밝힌 데서도 드러난다. 하지만 24일 오후 분위기가 확 바뀌어, 비자 발급 통보가 번복됐다. 미국이 가장 예민해하는, 대량살상무기(WMD)에 사용하는 VX가 김정남 피살에 이용된 사실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국무부의 비자 발급 약속 번복은, 백악관이나 국무부 고위인사의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앞으로도 실무자들의 자율적 공간이 상당히 위축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행정부 내 대북 분위기 악화는 물론 향후 대북 관계 개선을 시도할 때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대북 정책 기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정치적 의지와는 별개로 ‘6개월 안에 반복적인 테러 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하고, 자국민 대상 피살도 테러의 정의에 포함되느냐 등의 복잡한 법률적 문제가 남아 있다.

중국 당국은 ‘VX 독살’에 일단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중국의 북한 석탄 수입 금지 조처를 놓고 북-중 사이에 갈등과 긴장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VX는 향후 북-중 관계 전망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는 “VX로 북-중 관계가 2차대전 이래 최악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미-중 간에도 북핵 해결을 위한 움직임이 물밑에서 있었으나, 밀도있는 추진은 어려워 보인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지난 21일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핵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동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 베이징/이용인 김외현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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