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2.15 16:55
수정 : 2017.02.1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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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공영방송 <엔에이치케이>(NHK)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살된 북한 김정남(46) 관련 소식을 15일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다. 사진은 방송 화면.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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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김정일과 나’ 저자인 고미 요지 도쿄신문 위원
“트럼프 취임 직후 타이밍도 여성 스파이 방법도 최악”
“2012년초 연락 두절”…“국가보위부 등 충성경쟁”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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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공영방송 <엔에이치케이>(NHK)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살된 북한 김정남(46) 관련 소식을 15일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다. 사진은 방송 화면.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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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일까요. 이해가 되지 않은 점이 한 두개가 아닙니다.”
13일 오전 북한의 공작원에게 살해된 것으로 보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 피살에 대한 의견을 묻자 고미 요지 <도쿄신문> 편집위원이 보인 첫 반응은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고미 편집위원은 2004년 베이징 공항에서 김정남을 우연히 만난 뒤 그와 나눈 150여통의 이메일을 기초로 2012년 <아버지 김정일과 나>라는 책을 펴낸 바 있다.
고미 위원은 15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정남은 1995년 북한을 떠났으니 현재 시점에서 볼 때 (북한 내에서) 별 영향력이 없는 인물이다. 한국 정부 발표로는 김정은의 지시라는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등) 타이밍도 최악이고, 여성 스파이를 동원하는 등 방법도 최악이다. 이렇게 해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도움이 될 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점들을 생각해 보면) 이번 사건의 배경에 국가안전보위부 등의 충성 경쟁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게 아니라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조심스런 추정을 내놓았다.
김정남이 고미 위원에게 마지막으로 연락을 해 온 건 2012년 1월3일 보내온 메일이었다. 고미 위원은 이후에도 김정남에게 전화를 하거나 이메일을 보내는 등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고미 위원은 “이후 김정남이 (2015년까지 살던) 싱가폴이나 베이징 등을 방문해 행방을 수소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락은 없었다”고 말했다.
고미 위원의 책을 보면 김정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이런 시기에 새로운 뉴스가 나오면, 북한 정부가 나에게 해를 가할 수도 있다”며 자신의 신분에 대한 불안감을 언급한 적이 있다. 또, 마지막 이메일에선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3대 세습을 추종할 수는 없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고미 위원은 “김정남은 매우 솔직하고 자유를 좋아하는 상냥한 사람이었다.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마음이 아팠다. 장성택의 경우 반국가적인 활동을 했다는 명분이라도 있지만 이번 사건은 영문을 알 수 없다. (김정은의 지시가 사실이라면) 일종의 공포 정치를 펴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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