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한겨레 사설] ‘김정남 피살’까지 이어진 북한의 공포정치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13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공격을 받아 피살됐다고 한다. 정황으로 보아 북한 공작원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의 등장 이후 본격화한 공포정치가 끝없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김정남은 김정일 위원장의 장남이긴 하지만 일찌감치 권력 승계 대상에서 옆으로 비켜난 사람이다. 이모인 성혜랑이 1996년 외국으로 망명한 게 권력에서 밀려난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많다. 이후 그는 권력 중심부에서 차단된 채 대체로 해외를 떠돌며 생활해왔다.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살아 있을 때는 그가 심각하게 생명의 위협을 받은 것 같지는 않다. 2009년쯤에 암살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그때는 이미 김정은의 권력 승계가 확정된 뒤였다. 김정남이 권력을 장악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지 않았더라도, 김정은으로선 눈엣가시였을 법하다.
그렇더라도 김정은이 그의 피살에 관여했다면 반인륜적 행태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김정은이 2013년 고모부 장성택을 전격적으로 처형한 것에 못잖은 패륜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남은 해외 생활을 하면서 장성택의 지원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김정은이 장성택 계열의 ‘잔당’을 깨끗이 없애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김정은은 최근 들어 자신에 대한 우상화 시도를 강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에 못지않은 위치에 자신을 올려놓으려 하는 듯하다.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이 이에 방해가 되는 것으로 보고 김정은이 살해를 지시했을 수도 있다.
김정은 정권은 공포정치로 지구촌에 악명을 떨치고 있다. 여기에서 핵 문제까지 안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지난해 두 차례 핵실험을 하고 수십 차례에 걸쳐 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 12일에도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동해 쪽으로 쏴 국제사회를 자극했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도 국제사회의 비난 대상이 되고 있다.
김정은은 김정남이 사라지면 정권이 좀 더 안정되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국제사회의 눈은 싸늘하다. 북한 주민들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공포정치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음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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