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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1.09 23:52 수정 : 2017.01.11 11:13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 신고가 접수된 경기도 화성시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지난 2일 방역 관계자들이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있다. 화성/연합뉴스

‘AI피해 되풀이’ 반드시 고쳐야할 5가지
국내유입 한달 넘어 정부차원 회의
이미 전국에 퍼져…초기진화 실패
일본은 발생 즉시 최고 단계 경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 신고가 접수된 경기도 화성시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지난 2일 방역 관계자들이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있다. 화성/연합뉴스

조류에 치명적인 ‘H5N6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지 55일째다. 발생 초기 무서운 속도로 번지던 에이아이 의심 신고가 지난달 27일부터 전국적으로 하루 3건을 넘지 않고 있어, 기세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에이아이 대응과 별개로 가축전염병 방역 시스템에 대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만큼은 확실히 뜯어고쳐,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① AI 최초 발생때, 모든 역량 투입하라

“초동방역에 실패했다.” 이번 사태가 역대 최악을 보이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초동방역 실패를 원인으로 꼽았다. 바이러스의 특성상 한번 퍼지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유입된 ‘H5N6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너무나 강력했다. 에이아이의 국내 유입이 확인된 것은 지난해 11월11일이고, 닷새 뒤인 16일 에이아이가 농가에서 발생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범정부 차원의 회의가 열린 것은 이미 전국적으로 확산된 12월12일이었고, 16일 위기경보 단계가 최고 수준으로 상향 조정됐다. 정부의 늑장 대응이 사태를 키운 것이다.

에이아이 바이러스가 야생조류에서 확인됐거나 농장에서 첫 확진이 됐을 때 위기경보 최고 단계에 준하는 강력한 방역이 이뤄져야 한다. 김재홍 서울대 교수(수의학)는 “야생조류나 농장에서 에이아이 첫 확진이 나왔을 때 그것이 국내 최초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이미 상당 부분 확산된 뒤 신고됐을 것”이라며 “정부가 최초 발생 사례로 보고 소극적 방역을 하면 이미 때는 늦게 된다”고 말했다. 초기에 강력히 대응하기 위해 4단계로 돼 있는 위기경보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모인필 충북대 교수(수의학)는 “바이러스는 확산되고 있는데, 위기단계를 올릴 때마다 모여서 갑론을박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방역시스템”이라며 “일본처럼 에이아이가 발생하는 순간 범정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야생조류에서 에이아이 확진이 되면 예찰 경보를 최고 단계로 올리고, 즉각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이뤄진다.

② 지자체 전문 방역인력을 늘려라

현장에서 손발 구실을 하는 지방자치단체 전문 방역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매뉴얼이 철저해도 이를 실행할 사람들이 준비돼 있지 않으면 방역이 제대로 될 수 없다. 지자체 가축방역관은 총 660명으로 적정인원(1283명) 대비 50% 수준이다. 가축방역관이 아예 없는 시·군·구도 70곳이나 된다. 송창선 건국대 교수(수의학)는 “방역에서 가장 필요한 게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다. 해마다 에이아이가 발생하고 있는데, 방역 인력이 없는 지자체가 있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10년 넘게 정부에 요구하고 있지만, 변화가 없다. 정부가 무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역을 총괄하는 농림축산식품부도 방역 업무를 ‘과장’이 맡고 있다. 김재홍 교수는 “농림부가 방역 컨트롤타워 노릇을 하려면 최소한 가축질병 방역 담당이 국장급은 돼야 한다. 정부가 방역에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③ ‘AI 불쏘시개’ 오리농가, 집중 관리하라

에이아이 확산의 ‘불쏘시개’ 구실을 하는 오리 농가에 대한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317개 농가에서 에이아이가 발생했는데, 산란계 137곳, 육용오리 102곳, 종오리 30곳 등 닭과 오리가 비슷하다. 모인필 교수는 “철새가 에이아이라는 불을 넣어준 거고, 오리가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오리는 조류인플루엔자와 공생관계로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잘 죽지 않아 계속 바이러스가 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방역도 철저하지만 오리 사육농가가 없다는 것이 에이아이 피해가 적은 이유로 꼽힌다. 전국에 오리 농가는 1538곳(20마리 이상 사육농장)이다.

모인필 교수는 “오리 농가의 90% 이상이 기업으로부터 위탁받아 키우는 등 계열화돼 있어 방역이 미흡하다. 기업에 방역의 책임을 맡기고, 허술하게 하면 큰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창선 교수는 “오리 농가 사육환경이 굉장히 취약하다. 정부가 아예 소독을 잘할 수 있도록 방역실을 지어주고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④ 소독, 중앙정부가 책임져라

방역의 가장 기본인 소독에서부터 구멍이 숭숭 뚫리면서 에이아이 사태를 키웠다. 발생 농장에 대한 역학조사를 해보니, 88% 농장에서 효력이 떨어지는 ‘맹탕 소독제’를 썼다. 소독약품은 지방자치단체가 일괄 구입해 나눠주거나 농가가 직접 산다. 소독약품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김재홍 교수는 “소독약품 문제는 해마다 반복됐다”며 “효과가 확실한 소독제를 중앙정부가 선정해 지자체나 농가가 사용하도록 권고해야 한다. 영국에선 구제역과 관련해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⑤ 화 키운 ‘밀집사육’ 대안 찾아라

이번에 산란계 피해는 처참한 수준이다. 살처분된 닭·오리 3123만마리 가운데 산란계가 2300만마리로 73.6%를 차지한다. 산란계 피해가 컸던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밀집 사육이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좁은 케이지로 된 닭장에 갇혀 사육돼 한번 감염이 되면 살처분 마릿수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육 환경도 열악하다. 친환경 사육을 한다고 에이아이 발생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다만 친환경 사육으로 산업 체계를 바꾸게 되면, 닭과 달걀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농가·소비자·전문가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대안을 찾아야 한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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