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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2.30 21:11 수정 : 2016.12.30 21:50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라면값, 빵값 줄줄이 올라 지갑 열기 겁나는 요즘, 달걀 반찬은 좀 드시고 계신가요? 장조림보다 갈비보다 삶은 달걀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1일1알’ 소비 제한령을 선포한 유통 담당 김은형 기자입니다.

달걀값이 껑충 뛰다 못해 펄펄 날고 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일일 소매가격 동향을 보면 28일 달걀값(30알)이 8025원을 기록해 1996년 달걀값 집계를 한 이래 처음으로 8000원대 벽을 뚫었습니다. 동네 소형마트 가면 한술 더 떠 1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제가 다니는 동네 마트에서도 이미 만원짜리 한장을 꺼내고도 400원을 더 꺼내야 달걀 한판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수급이 일반 소매점보다는 유리한 대형마트 3사는 아직 6천~7천원대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12월 들어서만 20%가량 가격을 올렸습니다. 대형마트 쪽에 달걀값 동향에 대해 문의할 때마다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자동녹음식 답변을 하며 언제든 추가 인상을 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팍팍 풍기는군요. 딱 2주 전 이 코너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실태를 취재한 박경만 기자가 1600만마리 닭·오리의 명복을 빌었는데 지금은 그 대상이 2800만마리를 훌쩍 넘었습니다. 이 가운데 달걀 공급을 담당하는 산란닭만 2천만마리 넘게 도살처분됐습니다. 에이아이 발생 전 7천만마리 정도였던 산란닭 중 30%가 사라진 겁니다. 다시 한번 명복을 빕니다.

아깝게 생명을 잃은 닭들에게는 비정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달걀값 고민이 안 들 수 없네요. 게다가 다음달 달력에는 빨간 날이 나흘 연속, 최대 명절 설이 있습니다. 달걀을 풀어 전도 부쳐야 하고, 떡국과 잡채 위에 올릴 달걀지단도 부쳐야 합니다. 해마다 오르는 명절상 물가에도 달걀 한판 정도는 가뿐한 마음으로 장바구니에 넣었는데 올해는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도대체 언제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달걀값이 진정될까요? 일단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가 진정되는 게 급선무겠죠.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날마다 10~14건에 달했던 에이아이 의심신고가 27일 1건, 28일 0건, 29일 1건 등으로 사흘 연속 1건 내외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에이아이 기세가 꺾였다고 판단하기에는 여전히 조심스럽습니다. 바이러스가 극성을 떠는 추위가 여전히 한달 이상 남아 있기 때문이지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난을 받긴 했지만 정부와 농가의 방역이 효과를 발휘해 에이아이가 잡힌다고 해도 달걀값 정상화를 당장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줄어든 산란닭이 공산품처럼 뚝딱 만들어져 다시 늘어날 수 없기 때문이죠. 대한양계협회의 설명을 들으니 산란 병아리가 알을 낳기까지는 5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빠른 시일에 에이아이가 잡히더라도 앞으로 적어도 6개월 정도는 달걀값 강보합세가 유지될 전망입니다. 정부에서는 관세를 일시적으로 없애면서 달걀 수입도 추진하고 있지만 가공 달걀이 아닌 신선란의 경우 한판에 1만5000원이 넘어가야 수입란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달걀값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양계업계 쪽은 에이아이 발생 전 7천만마리에 이른 산란닭 수가 과잉이었다고 말합니다. 양계농가에서는 우리끼리 손해 보며 피 터지게 싸울 일만 남았다고 자조해왔습니다. 올여름 무더위로 닭들의 생산력이 떨어지기 전에 농가의 달걀 출고가는 개당 110원가량 했습니다. 닭을 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따지면 농민들에게 돌아오는 돈은 그만큼 적었습니다. 호주머니가 가벼우면 닭들을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자연 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런 이유로 에이아이가 확산된 건 아니지만 공급 과잉으로 인해 유지되는 저렴한 값은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도 피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양계업계가 적절한 산란닭 마릿수로 보는 것은 6천만마리 정도입니다. 이 기회에 정부가 제대로 양계정책의 가닥을 잡고 안정적인 수급체계를 만드는 게 농가의 바람입니다. 공급 과잉 때보다는 조금 비싸지더라도 안정적인 공급으로 지금과 같은 가격 폭등 사태를 겪지 않는다면 소비자에게도 이득이겠죠. 하루빨리 아이에게 ‘1일1알’ 소비제한령을 해제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은형 경제에디터석 산업팀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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