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한겨레 사설] 온 나라가 ‘AI 재앙’인데 황교안 대행은 뭐하나 |
경남마저 조류인플루엔자(AI)에 뚫렸다. 양산시 산란계 농가 가금류에서 ‘H5형 에이아이’ 첫 확진 판정이 나왔다. 사실상 전 국토가 에이아이 재앙에 휩쓸리고 있다. 발생 40일 만에 살처분된 가금류는 2500만마리를 넘어섰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에이아이 피해를 겪었지만 달갈 파동까지 날 정도로 이렇게 극심했던 적은 없었다. 온 나라 가금류 사육장에 난리가 날 때까지 정부는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무책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번에 에이아이 확진 판정을 받은 양산 지역은 국내의 대표적인 산란계 집산지다. 이미 다른 집산지들도 감염된 터에 양산까지 에이아이가 덮쳤으니 그러잖아도 대란 수준에 이른 달걀 파동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에이아이 사태는 얼어붙은 연말 경제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의 표본조사를 보면 에이아이 발생 한 달 만에 전국 닭·오리 취급점에서 평균 54.8%나 매출이 감소했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던 정부는 발생 한 달이 훨씬 지난 23일에야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정부 태스크포스는 이번주 일본을 방문해 일본 정부의 에이아이 방역조처와 일본 농가 시스템을 둘러볼 예정이다. 늑장도 이런 늑장이 없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에이아이가 발생한 일본은 확진 판정 2시간 만에 아베 신조 총리가 한밤중에 직접 방역을 지시하는가 하면 12시간 만에 에이아이 경보를 최고 등급으로 상향하고 범정부 차원 대책을 마련했다고 한다. 이런 신속대응으로 살처분 가금류는 200만마리에 그쳤다.
반면에 황교안 대행은 정작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폼 잡는 행사에만 몰두하고 있다. 23일에도 오전에 농림부 장관 주재 에이아이 일일점검회의에 참석해 ‘비상한 노력을 해달라’고 하나 마나 한 이야기만 한 뒤, 오후엔 서민 탐방 행보에 나섰다. 연말이면 대통령이 으레 하는 내용 없는 행사다. 황 대행은 공공임대주택 현장 방문 중에도 의전에 치중하는 과잉경호로 현장 주민으로부터 ‘대통령 코스프레 하지 마라’는 거센 항의를 받았다. 전국의 닭·오리가 죽어가고 축산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지는데 정부는 정말 무엇이 중한지를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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