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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2.08 17:16 수정 : 2016.12.20 01:20

충남·전북 담당 직원 3명 과로로 쓰러져
사상 최대 피해 우려속 인력 부족 심각
방역세 도입 등 획기적인 체질 개선 주문도

충남도 가축위생연구소 아산지소 방역관들이 7일 천안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방역과 분변 처리 등을 살펴보고 있다.
7일 오후 충남 아산시 음봉면 동암리에 있는 충남도 가축위생연구소 아산지소 사무실엔 소독약 냄새와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했다. 앞서 차량 방역기와 대인 소독기를 지나서야 방역팀을 만날 수 있었다.

“가축전염병도 골든타임이 있어요. 구체적인 증상이 나타나고 1시간 안에 현장 차단과 후속 조처를 해야 전염을 막을 수 있습니다.” 비상대기 중인 김상모 방역팀장의 말이다.

회의용 탁자에는 비상근무명령부, 의심축발생신고서, 검사의뢰서, 민원접수처리대장, 병성감정의뢰서, 시료채취내역서 등 서류가 태풍을 맞은 듯 흩어져 있었다. 아산지소 관내에선 지난달 23일 아산 신창면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5N6)가 처음 발병한 뒤 지난 5일까지 조류 인플루엔자 11건이 발생했다.

충남도 가축위생연구소 아산지소 방역관들이 7일 천안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방역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김 팀장과 팀원이 오후 2시께 천안 입장면의 한 농장으로 예찰 활동을 나섰다. 농장주 3명을 만나 차단 방역과 분변 처리 상황을 점검했다. 닭 20여만마리를 사육하는 산란계 농장이다.

아산지소엔 김성민 지소장을 뺀 13명(방역 8명, 위생 5명)이 일한다. 가축전염병은 방역 담당이다. 실험·서류 처리 직원을 빼면 실제 현장 출동 인력은 5~6명에 불과하다. 공중방역 수의사가 지원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김 팀장과 직원 5명, 공중방역 수의사 2명이 이곳에서 난 조류인플루엔자 11건 처리를 도맡는다.

닭이나 오리, 거위, 메추리 등 가금류에 치명적인 조류인플루엔자가 전국적으로 확산을 멈추지 않는 가운데 방역과 매몰 처리를 하는 담당 공무원들의 과로와 인체 감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살인적인 업무량에 치인 직원들이 실신하는 일도 벌어진다. 아산지소에선 살인적인 업무량에 실험과 행정을 맡은 직원 2명이 쓰러지기도 했다. 전북도 축산과 질병안전관리팀에서 일하는 이재욱(49)씨는 지난 1일 오전 11시30분께 쇼크를 받아 쓰러졌다. 전북 고창군 성송면에서 육용오리 1천마리가 폐사했다는 신고를 접하고서다. 바로 깨어났지만, 이씨는 휴일인 3~4일에도 출근했다.

부부 방역관인 류동우 아산지소 방역관은 “겨울이면 서로 출동과 격리를 반복하다 보니 귀가하는 일이 드물고, 부부가 집에서 만나는 일은 더 희귀하다”고 말했다.

충남도 가축위생연구소 아산지소 방역관들이 7일 천안의 한 산란계 농장을 방문해 분변 처리 과정을 살피고 있다.
전국의 가축방역관은 674명이다. 적정인원 1283명의 절반 수준이다. 이 가운데 전국 228곳의 시·군 등 현장을 지키는 인원은 270명 남짓 된다. 충북 괴산·단양 등 아예 한명도 배치되지 않은 시·군도 수두룩하다. 결국 전국 보건지소 등에 배치된 공중보건의격인 공중방역수의사 468명이 이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들도 업무량 폭주에 비명을 지르는 실정이다.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진된 전남 나주시의 가축방역관 하명수(38·수의직)씨는 2013년부터 세 차례 조류인플루엔자와 전쟁을 하고 있다. 하씨는 “11월 중순부터 주말과 휴일도 없이 일하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하루 100여통의 전화를 받느라 정작 일할 시간을 내지 못한다. 가축이 많은 지역에 방역관도 더 많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그의 아내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공무원”이라며 “이직하는 게 어떠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용보 전남도 동물방역팀장은 “시·군에 1~2명뿐인 수의직으로는 대처가 어렵다. 일단 의심 신고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보고, 검사, 살처분, 이동제한, 거점소독 등 일들이 폭주해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 방역총괄과의 이제용 수의사무관은 “대개 대학 수의학과 6년을 마치고 온 수의사들을 7급 방역관으로 채용하는데, 조류인플루엔자·구제역 등 과중한 업무량 때문에 기피하는 현상이 빚어진다. 원활한 수급을 위해선 처우 개선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가 8일 밝힌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상황을 보면, 지난달 16일 이후 전국 161농가에서 닭·오리 등 578만7천마리를 매몰 처분했으며, 앞으로 24농장에서 193만9천마리를 더 매몰 처분할 참이다. 사상 최악의 피해를 낸 2014~2015년(809농가 1396만1천마리 매몰 처분)을 넘어 설 수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매몰 작업도 골칫거리다. 과거 공무원 등을 동원해 살처분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미생물처리, 고압랜더링 등으로 처리하지만 인력이 부족한 형편이다. 살처분 업체 마이크로맥스 차상화 기술이사는 “워낙 현장이 많은 데다 인체감염 우려 때문에 인력 수급이 쉽지 않다. 차라리 지자체마다 공동 처리장을 건설한 뒤 한 곳에서 처리해야 전파도 막고, 추후 매립지 문제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체감염 우려는 현장을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번에 전국에 확산하고 있는 H5N6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국내에선 처음 발견된 것으로, 2014년 이후 중국에서만 16명이 감염돼 10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는 역학조사관 26명으로 13개조를 꾸려 조류인플루엔자 확진 지역 등에 28차례 출동해 인체감염 예방조처를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매몰 처분에 직접 참여하는 등 인체감염 고위험군이 연인원 3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내다봤다. 홍정익 위기대응총괄과장은 “조류인플루엔자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데다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인력을 45명까지 대폭 늘리기로 했다. 바이러스의 인체감염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나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부족한 인력·장비 등 방역 체계 개선을 위해 방역세를 신설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소·돼지 등을 도축할 때 매겼던 도축세처럼 닭·오리 등에 방역세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박재명 충북도 동물보호팀장은 “닭·오리의 경우 90% 이상은 기업이 축산농에게 위탁하는 형식이다. 이들에게 방역세를 부과하면 빈번한 가축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역에 기업이 참여하게 해 철저한 사전 예방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방역세 도입은 가축전염병 대처 시스템을 예방 위주로 바꾸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대전 전남 전주 청주/송인걸·안관옥·박임근·오윤주 기자, 전국종합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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