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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2.05 14:56 수정 : 2016.12.13 23:11

김영한 전 민정수석 비망록 전문 입수
전교조 법외노조 재판부터 후속 조처까지 전방위 압박 지시
“교과서 국정화 모든 역량 동원” 2014년부터 여론전 주문도

박근혜 정부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대표적인 적대 대상 가운데 하나로 삼아 정부 차원의 조직적인 옥죄기를 주문했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한겨레>가 유족 쪽 동의를 얻어 입수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업무수첩) 전문을 보면, 청와대는 전교조를 적대 대상 가운데 하나로 삼고 수차례 대응책을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비망록은 김 전 수석이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 등에 참석해 기록한 것으로 대체로 김 전 실장이 주재했다.

2014년 6월15일 기록한 내용에는 “19일 전교조 통보 1심선고-승소: 후속조치, 실효성 확보 위한 조치- 전임자 복귀, 사무실 회수, 당선무효”라는 기록이 나온다. 다음 장에는 다시 김 전 실장을 뜻하는 ‘장’자란 글씨와 함께 “전교조 재판-6/19 재판 중요” “승소시 강력한 집행” 등의 문구가 등장한다.

김 전 실장의 이런 지시는 실제 부처의 대응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6월19일 서울행정법원이 전교조가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자, 교육부는 즉시 △노조 전임자에 대한 휴직허가 취소 및 복직명령 조치 △전교조 지원 사무실 퇴거 및 사무실 지원금 반환 요청 등의 후속 조처를 발표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김영삼 정부 시절 노동법 날치기 파동을 언급하며 관련 부처에 철저한 대응을 주문한 정황도 드러났다. 비망록에는 “YS때 노동법 개정(제3자 개입금지). 노조명동성당 점거. 재판 집행 철저히 - YS시절 잘못 교훈 삼아. 의지. 수석, 관계부처 독려”(6월15일) 등의 문장이 등장한다. 1996년 당시 김영삼 정부는 노동법 날치기 파동으로 흔들리기 시작해 급속히 레임덕에 빠져들었다. 당시 민주노총 등 노조는 파업을 선언하고 명동성당에서 노동법 기습처리에 반발해 집회를 이어갔는데, 이런 사실을 예로 들며 전교조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전교조 옥죄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해 8월9일에는 “전교조 위원장 김정훈-교직박탈”이란 문구가 등장하고 9월4일에는 “전교조 원칙대로 처리-뚜벅뚜벅 조용히”란 기록도 나온다. 당시 9월4일은 교육부가 학교로 돌아가지 않은 전교조 전임자들에 대해 행정 대집행을 통해 직접 대대적인 징계에 나서기로 한 날이다. 청와대가 전교조를 탄압하기 위해 전방위 압박을 지시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정희 정권을 미화하는 등 편향성 논란이 일고 있는 국정 역사교과서도 청와대가 2014년부터 조직적으로 준비하고 반대 여론에 대응한 것으로 드러났다. 9월19일에 작성된 내용을 보면, ‘장’이란 글씨와 함께 “전교조 국사교과서 관련 조직적 움직임에 모든 역량 결집하여 대응-다각적 방안 마련”이라는 김기춘 전 실장의 지시내용이 담겨있다. 다음날에는 “국사교과서 국정화 국민통합 05 검인정, 국회에서 호소노력 설득토록”이란 내용과 “한국사 교과서 논쟁, 평일 국정 세미나” 등의 기록도 등장한다. 실제로 이에 따라 교육부는 보수적인 학부모단체와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을 발표자와 토론자로 대거 채워 그해 9월 한국사 교과서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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