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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2.05 19:58 수정 : 2016.12.05 19:58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난 11월22일 낮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서명 강행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한-일 군사정보협정, ‘파탄 정권’이 할 일인가

박근혜 정부는 12일 사실상 국민으로부터 정치적인 불신임을 받았다. 정통성을 잃고 기능도 마비된 파탄 정권으로 전락했다. 이런 정부가 외교·안보적으로 매우 민감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일사천리로 추진하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라를 팔아먹는 행위’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원래 한-일 군사정보협정은 일본 쪽이 먼저 요청해 2012년 6월 체결 직전까지 갔다가 밀실 추진 논란이 불거지면서 무산된 바 있다. 그 뒤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국방부가 지난달 27일 갑자기 협상 재개를 선언한 뒤 1일(도쿄), 9일(서울) 실무회의를 거쳐 14일 도쿄에서 3차 회의를 열어 가서명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한민구 국방장관이 약속했던 ‘국민 공감대 형성’ 등의 작업은 거의 없었다.

한-일 군사정보협정에 관해선 그간 일본이 가지고 있는 북한 핵·미사일 정보 획득 등 대북 억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찬성 주장도 있으나, 한-미-일 미사일방어망에 편입될 우려가 크며 중국을 자극해 오히려 한반도 안보 환경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가 많았다.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역사수정주의를 용인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국방부가 이런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를 밀어붙이는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된다. 하나는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삼각 안보체제 구축을 동북아 안보의 최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미국의 압력이고, 하나는 최순실 스캔들로 죽음 직전에 있는 ‘박근혜 구하기’다. 둘 다 한국의 국익보다는 미국과 일본의 이익, 박 대통령의 사익을 우선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처럼 주변국보다 국력이 약한 나라는 평소에도 협상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하물며 국민의 불신과 외국의 조롱을 받는 정권이 무슨 힘을 쓰겠는가. 이 시점에 협정을 추진하는 것은 촛불에 기름을 끼얹는 일이 될 뿐이다.

[중앙일보 사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이뤄져야 한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강행한다는 이유로 야 3당이 국방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키로 합의한 데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14일 정부가 협정에 가서명한 것이 민심을 거스르는 일방통행이라는 야당 주장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정부의 정당성이 의심받는 상황이라고는 하나 국민 생명이 걸린 안보 현안까지 올스톱시키는 게 어찌 민심이란 말인가. 오히려 정국이 혼란스러울수록 확고한 국방태세가 갖춰져야 하는데 국방 책임자까지 뒤흔드는 건 만일의 사태에 우려되는 리더십 공백을 더욱 부채질하는 것이다.

졸속이라는 주장도 옳지 않다. 이미 1989년부터 우리의 제안으로 논의돼 온 것이기 때문이다. ‘제2의 을사늑약’ 운운은 논할 가치도 없다. 한국은 이미 러시아 등 32개국과 협정을 체결했으며, 중국 등 11개국과 체결을 제안한 상태다. 그런데도 일본과의 협정은 안 된다고 하는 것은 근거 없는 반일감정에 따른 논리 비약일 뿐이다.

협정은 반대로 우리에게 갈수록 절실해지고 있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현실적 위험이 되고 있는데 우리는 북 잠수함을 탐지할 능력이 부족한 까닭이다. 반면 일본은 우리에게 16대밖에 없는 해상초계기를 77대나 가지고 있으며, 정보수집위성 5기, 조기경보기 17대에다 탐지거리 1000㎞ 이상의 지상레이더 4기를 보유하고 있다. 휴민트(인적 정보) 역시 과거 정부에서 네트워크가 붕괴돼 현재는 오히려 일본의 휴민트가 더욱 정확하다는 분석마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정보를 활용하지 않겠다면 점증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험에 어찌 대처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지금도 우리는 많은 부분을 일본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을 거쳐 오기 때문에 시간적 효율성이 떨어질 때가 많다. 유사시를 대비할 때 한·일 간 협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책임 있는 야당이라면 더 이상 정부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 잘못된 사실로 국민을 선동해선 안 된다. 그렇게 해서 초래되는 무장해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국민이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불신임 받는 정부, 안보 정책 낼 자격 없어”…중앙 “국방은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이 드러나면서 쏟아지는 각종 의혹으로 인해 하루가 일 년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피의자 신분이 되었다. 그런데 온 나라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유독 국방부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지난 10월27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후 불과 27일 만에 세 차례의 실무 협상, 가서명, 차관회의, 국무회의 의결, 대통령 서명, 발효에 이르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11월23일 대통령의 결재로 협정 체결이 완료되자 야 3당은 한민구 국방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겠다며 적극 항의했고, 시민단체의 무효 선언도 이어졌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11월14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가서명이 완료되자 한겨레와 중앙은 사설을 통해 즉각 이 문제를 다루었다. 한겨레는 협정 체결에 우려를 보낸 반면, 중앙은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우선 한겨레는 협정 추진 주체와 과정을 문제 삼았다. 촛불 민심에 의해 사실상 정치적 불신임을 받은 박근혜 정부가 중요한 외교안보 정책을 추진할 자격이 있는가를 지적하였고, 국민 공감대 형성 없이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의도가 무엇인가를 꼬집었다. 또한 국제정세를 고려해볼 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한-미-일 미사일방어망(MD)에 편입되어 중국을 자극한다는 점과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용인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비판하였다. 따라서 한국의 국익보다 미국과 일본의 이익, 그리고 박대통령의 사익을 위한 조치라는 점을 강도 높게 질타하였다.

반면, 중앙은 정부의 정당성이 의심받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국방은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별개의 영역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일본뿐 아니라 이미 32개국과 체결된 상태이므로 일본만은 안 된다는 것은 감정 논리라는 점과 북한의 핵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현실적 위험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보다 우월한 탐지 시스템을 갖춘 일본의 정보는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유사시를 대비할 때 일본의 정보가 미국을 거쳐 오는 것보다 직접 교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점도 적극 찬성하는 이유이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두 신문의 시각 차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국내 정치 문제에 대한 인식 차이다. 국가간 군사협정에 있어 정당성을 상실한 정부의 자격을 어느 정도로 인정할 것인가와 국민 여론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에서 갈렸다. 다른 하나는 동북아 안보 상황에 대한 집중 지점이 달랐다. 한겨레는 한-미-일 삼각동맹이 중국 및 일본의 군사력 재편에 미칠 영향을 중심으로 검토한 반면 중앙은 북핵·미사일 위험에 초점을 맞추어 일본으로부터 얻어낼 이익을 중심으로 한반도의 안전 문제를 살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찬성론자들은 국제관계에서는 영원한 내 편도 적도 없으므로 일본과 동맹관계도 맺을 수 있고 적대국도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역사인식 등 과거사 갈등은 비중을 좀 낮추고 국익에 필요한 사항은 과감히 협조하자는 제안이 뒤따른다. 또한 한·일 양국은 북핵 위협에 노출된 처지가 같으므로 시급한 사안별로 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에 대비해야 하므로 상대적으로 우월한 일본의 군사정보시스템과 한국의 대북 휴민트(인적 정보)가 결합되면 윈윈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아태재균형 전략’에 일본이 중요한 파트너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한-일 간의 긴장관계는 유사시 미국의 적극적인 한반도 지원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국익의 관점에서 볼 때 현재 추진되고 있는 방식의 한-미-일 삼각안보가 한반도 안전을 위협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미국의 아태재균형 전략은 중국을 군사적으로 봉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미국은 일본의 군사력을 활용하여 미군의 힘을 보강하려 한다. 2015년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을 통해 미국은 일본 자위대의 시간적, 지리적, 공간적 제약을 해금시켜주었고 미군과 공동군사작전을 할 수 있는 국가로 만들어주었다. 또한 한국에 중국 영토까지 탐지가 가능한 사드를 배치하게 되면 한국이 대중국 전방기지의 역할을 맡게 된다. 중국이 미-일 동맹에 위협을 느끼고 한국을 군사적 적대국으로 설정하게 되면 중국과 북한은 북-중 동맹을 강화하고 군비를 증강시킬 것이다. 북-중이 군사력을 강화하면 한국과 일본도 군사력 증강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동북아에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가 조성되는 것은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안전에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동북아는 6자회담국의 이해관계가 때로는 양자 관계로, 때로는 다자 관계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일제 강점기와 6·25를 겪었던 우리가 새로운 안보 지형에서 한반도 안위와 국익을 확보할 방법은 무엇인지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추천 도서]

안보 전쟁

김종대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2016년

이 책은 한반도 안보와 동북아 지역의 안정을 위해 각국의 군사전략 변화를 주체적으로 이해하고 당당한 외교력과 합리적인 군사력을 갖추어야 함을 강조한다. 공포심을 조장하면서 사적 이익을 채우기 위해 군대와 안보를 이용하는 세력과 제도적 문제점들을 구체적 사례를 들어 고발하고 있다.


[추천 도서]

북핵 위협과 안보

박휘락 지음, 북코리아 펴냄, 2016년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 정부, 군, 학계가 반성하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매우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한반도 안보를 국제적 차원과 군사적 차원으로 나누어 분석하였고, 특히 동맹과 자강에 대한 현실적 접근이 흥미롭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한-일 간의 군사비밀 정보의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교환할 군사비밀은 2급과 3급 수준의 비밀에 해당하며, 일급비밀은 누설되면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하므로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미 한국은 유럽연합 및 32개 국가와 33건의 군사정보보호 협정 또는 약정을 맺고 있는데 국가 간 관계에 따른 필요량만큼 주고받기 때문에 실제적인 비밀 교환은 미미한 상태라고 한다. 그러나 한-일 간의 정보교환은 동북아 안보상황를 고려할 때 서로의 필요가 크다. 이 협정을 통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의 대잠수함 초계정보와 정보수집 위성 등 일본의 선진적 감시 및 탐지 자산을 통해 확보한 정보를 얻게 된다. 일본은 한국 이지스함 등이 서해에서 포착한 북한 등의 탄도미사일 정보를 동해에서 잡을 때보다 빠르게 확보하고, 탈북자 등이 제공하는 휴민트 정보와 북한 내부 정보도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예상되는 단점도 경계해야 한다. 일본은 정보전력과 군수산업 면에서 한국보다 우수하므로 대일 군사 종속이 우려된다. 또한 아베 정권과 일본 우익들은 ‘무력 공격 사태 및 존립 위기 사태 대처법’이나 ‘중요영향사태법’ 등 해외 군사작전을 펼칠 수 있는 국내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왔다. 여기에 국제적 군사동맹이 강화된다면 일본 군대는 합법적 해외 진출 자격도 갖게 된다. 일본의 군사대국화 및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가능성에 대해 우려가 따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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