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7.14 01:13
수정 : 2016.07.14 10:43
검찰 자수서에 새로운 사실 드러나
금융실명제법 공직자윤리법 위반
이미 100억원대 주식 보유 자산가
떳떳한 주식이라면 숨길 필요 없어
자수서는 감형 통한 집유 선고 노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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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넥슨 회장이 13일 오후 진경준 검사장의 넥슨 주식 특혜 매입 의혹과 관련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특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검찰청사로 들어서다 기자들의 질문에 손을 내젓고 있다.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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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주식 특혜 매입’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진경준 검사장이 13일 검찰에 낸 자수서에서 차명주식 보유 사실을 스스로 밝혀, 이금로 특임검사팀의 수사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진 검사장은 지난해 검사장 승진 뒤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때 넥슨 주식 80여만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고, 올해 3월엔 이를 126억원에 전부 처분했다고 신고했다. 넥슨 주식 이외의 다른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은 전혀 신고한 바 없다.
통상 차명주식은 탈세 목적으로 활용되지만, 진 검사장의 경우 수사 대상 업체 등으로부터 부정한 목적으로 받았거나 내부 정보를 활용해 직접 구입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진 검사장은 2002~2004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파견돼 일했고, 2009~2010년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을 지내는 등 최고급 기업 정보를 접하고 기업 수사에도 직접 참여했다. 진 검사장은 이미 100억원대 주식을 보유한 ‘자산가’라서, 떳떳한 주식이라면 굳이 숨길 필요성이 크지 않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실명으로 보유하면 곤란한 주식이거나, 검사장 승진 때 백지신탁 처분을 해야 하는데 그걸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 검사장은 차명주식을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금융실명제법과 공직자윤리법 등을 동시에 어긴 셈이 된다. 한 증권사 소속 변호사는 “차명주식은 문중이나 동창회 등 주식 보유가 힘든 특별한 주체를 제외하고는 전부 불법이다. 명의를 빌린 사람이나 빌려준 사람을 막론하고 모두 처벌받는다”고 말했다. 고위공직자로서 재산 신고 때 주식 보유 사실을 숨긴 점도 처벌 대상이다. 만약 진 검사장이 사건에 영향력을 끼치는 대가 등으로 차명주식을 받았다면 뇌물죄에 해당할 수 있고, 내부 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샀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진 검사장이 검찰에 자수서를 낸 배경에도 관심이 모인다. 검찰 안팎에선 재판에서 자수를 한 것으로 인정되면 법정형의 절반까지 감형될 수 있음을 노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차명주식의 대가성이 인정되면 뇌물죄가 적용돼 형량이 커지기 때문에 집행유예로 석방될 확률도 낮아진다. 박기춘 전 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7월 자수서를 제출해 정치자금 2억3천만원 받은 사실을 인정했고, 1심에서 자수를 한 것으로 인정돼 비교적 형량이 가벼운 징역 1년4개월이 선고됐다.
진 검사장은 자수서에 2005년 6월 김정주 회장한테서 넥슨 주식 대금을 빌린 뒤 모두 갚았다고 밝혔지만, 변제 내용은 제대로 소명이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 구입을 위해 넥슨으로부터 빌린 돈 4억2500만원을 되갚았다는 증빙 서류가 아직 완벽하게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본인 돈으로 주식을 샀다고 해명한 진 검사장은 공직자윤리위 조사 때는 장모 돈과 본인 돈을 합쳐 샀다고 주장했으나, 결국 김정주 회장한테 돈을 빌려 주식을 산 것으로 드러났다. 진 검사장은 또 제네시스 차량을 제공받은 것에 대해서도 본인이 일부 돈을 냈지만, 넥슨 쪽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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