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사설] 국민의당의 ‘불건강성’ 드러낸 리베이트 의혹 |
국민의당이 비례대표 김수민 의원의 선거홍보비 리베이트 수수 의혹으로 폭풍 속에 빠져들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의혹을 부인했던 안철수 대표는 10일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드린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문제가 있으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사과 모드로 돌아섰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은 결과일 것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김수민 의원이 대표였던 홍보회사 브랜드호텔이 인쇄업체와 홍보업체 등 두 곳에서 받은 돈의 성격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리고 이 돈이 어디로 흘러들어와 어떻게 사용됐는지 등이다. 국민의당은 “브랜드호텔이 정상적으로 기획 등의 일을 하고 받은 대가이며 당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미심쩍은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중앙선관위는 브랜드호텔과 이들 회사 간에 체결된 계약이 ‘허위계약’이며, 자금의 일부가 당 선거 홍보 비용으로 사용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당 지도부가 얼마나 깊숙이 개입했는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중앙선관위는 총선 때 당 사무총장을 맡았던 박선숙 의원 등이 사전에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논의·지시한 혐의가 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당 회계책임자가 리베이트 수수를 공모하고 실제 사용액 이상으로 선거비용을 부풀려 선거관리위원회에 회계신고를 했다면 도덕적으로나 법률적으로 용서받지 못할 행위다.
국민의당이 당 차원의 진상조사단을 꾸려 자체 진상조사에 나선 것은 일단 환영할 일이다. 다만 자체 진상조사가 사건의 물타기나 꼬리 자르기로 흘러서는 곤란하다. 잘못을 낱낱이 들추어내 ‘육참골단’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이 없으면 차라리 당이 나서지 않는 편이 낫다.
이번 사건이 국민의당 내부에서 먼저 터져 나온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선거 전 비례대표 공천 문제로 당이 시끄러울 때부터 소문이 무성했고, 선관위에 결정적 제보를 한 사람도 당 내부 인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이 결코 건강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안 대표는 이번 기회에 당내 불건강한 역학관계를 비롯해 자신의 리더십, 당내 소통 문제 등에 대해 차분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당이 한쪽에서 곪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높아진 위상’이니 ‘캐스팅보트’니 하는 말은 모두 헛된 것임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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