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총장, 여운 남긴채 뉴욕 돌아가
“무슨 일 할지, 제가 제일 잘 알아”
‘대선출마 안겠다’는 말은 안해
정치권 “민심 판단자료 안고 떠나”
대선 후보 캠프에서 짠 듯한 엿새간의 촘촘한 방한 일정을 마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남긴 마지막 말은 “과대해석과 추측은 자제해 달라. 당혹스럽다”는 것이었다. 김종필(JP) 전 총리를 전격 예방하고 여당 텃밭인 경북지역을 훑은 거침없는 ‘정치 행보’ 논란을 식히려는 발언이지만, 정치권은 “출마 의지를 분명히 보여준 6일”로 평가했다.
반 총장은 30일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66차 유엔 비정부기구(NGO) 콘퍼런스 기조연설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저의 방한 일정과 활동에 오해가 없길 바란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방한 일정 중 유엔 사무총장은 별로 눈에 띄지 않고 개인 반기문에 대한 집중도가 높았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국제행사에 참여·주관하기 위해 온 것이지 어떤 개인적 목적이나 정치적 행사와 무관하다. 그 과정에서 관훈클럽 비공개 간담회 내용이 좀 과대, 확대, 증폭된 측면이 없지 않아 당혹스럽다”고 했다.
방한 첫날인 지난 25일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내년에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를 고민하고 결정하겠다”고 한 발언이 대선 출마를 강력하게 시사한 것으로 비치자 진화를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대선 출마 안 한다’는 말 대신 “추측하지 말라”고만 했다.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많이 도와달라”면서도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는 저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제가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또다시 여운을 남겼다. 그는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뉴욕으로 출국했다.
정치권은 반 총장의 대선 출마 의지를 ‘상수’로 두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3선 의원은 “반 총장이 정치적 지방투어를 통해 티케이(대구·경북) 민심 등 판단 자료를 안고 떠났다. 국내에 큰 애드벌룬 하나를 띄워놓고 간 것”이라고 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에스비에스> 라디오에서 “(반 총장도) 당헌·당규의 정상적 절차를 통해 대선 후보가 되는 길을 걷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추대 아닌 경선’을 강조했다.
김남일 기자, 경주/김일우 기자 namfic@hani.co.kr
[언니가 보고있다 #20_반기문의 ‘구직 활동’, 성공할까?]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