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사설] 미국 사회 취약성 보여준 ‘플로리다 총기 테러’ |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50명이 숨지는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이 12일 새벽(현지시각) 발생했다. 성소수자들이 주로 찾는 곳인데다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인 범인은 범행 직전 911로 전화해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서약했다고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한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가 범인과 조직적 연계를 가진 것 같지는 않다. 여러 건의 무기를 준비한 범인이 평소 이슬람 과격세력에 동조해온 사실에 비춰볼 때 자생적 테러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 샌버너디노에서도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진 파키스탄계 부부의 자생적 테러로 14명이 숨진 바 있다. 이런 테러는 미리 대비하기가 아주 어렵다는 점에서 미국 사회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가 이슬람 신자들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을 해 미국 안팎에서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또 하나 지적돼야 할 것은 총기 규제 문제다. 지금 미국 안에는 인구 규모와 비슷한 3억정 안팎의 무기가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총기 규제를 강화하려는 버락 오바마 정부의 최근 시도 역시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다른 나라와 달리 미국의 총기 범죄자들은 여러 건을 사용해 대형 사건을 일으키는 경향을 보인다. 한 조사를 보면, 미국 인구는 세계의 5% 정도이지만 지난 수십년 동안 대형 총기사건(일반인을 4명 이상 살해한 사건)의 31%가 미국에서 일어났다.
성소수자에 대한 증오가 이번 범행의 동기로 작용했는지도 논란이 된다. 그런 점이 있더라도 범인의 개인적 잘못이지 이슬람이라는 종교 또는 특정 이슬람권 국가와 연결해서는 안 된다. 성소수자 차별은 보편적 인권에 대한 도전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범인(30)은 아프간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보였으며 보안요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고 한다. 미국에는 그와 비견될 수 있는 주민이 많이 있다. 미국 사회나 정치권이 제대로 방향 설정을 하지 못한다면 좌절 상태에서 과격한 행동을 할 젊은이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도 타산지석이 된다. 테러 거부, 테러가 발생할 수 있는 토양에 대한 경각심, 소수자에 대한 편견·차별과 싸우기, 사회 통합 노력의 중요성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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