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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6.13 16:08 수정 : 2016.06.13 22:43

최악의 미 올랜도 총기난사
용의자 마틴 911에 “IS 충성 맹세”
동성애 결혼 합법판결 1주년 맞춰
이슬람극단주의 동성애 혐오로 폭발

12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펄스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희생자를 추모하는 집회가 열린 아이다호주 모스코의 한 광장에서 참가자가 무지개 깃발 앞에서 촛불을 켜고 있다. 모스코/AP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각)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을 “테러 행위, 증오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번 사건은 이슬람과 동성애 등 소수집단을 둘러싼 미국 사회의 깊어지는 사회 갈등이 배경이자, 이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50명이 숨지고 53명이 중상을 당한 이번 사고는 미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 손실을 낸 최악의 총기 난사이며, 9·11 이후 최악의 테러로 기록된다. 현장에서 사살당한 용의자 아프간계 미국 시민 오마르 마틴(29)은 사건 도중 911에 전화를 걸어 이슬람국가(IS)의 지도자에게 충성을 맹세했음을 밝혔다. 이혼한 아내 시토라 유수피는 “마틴이 폭력적 성향 때문에 정신적, 정서적으로 불안했다”며 자신을 구타했다고 밝혔다.

마틴의 범행은 최근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인종주의 입장으로 깊어지는 미국 내 사회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전망이다. 무슬림의 미국 입국 금지를 주장한 트럼프는 자신이 “과격한 이슬람에 대해 옳았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해 “과격한 이슬람”이란 단어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하야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동성애 집단에 대한 연대를 표명하며, 총기 규제 필요성을 주장했다. 마틴은 이슬람국가의 자살폭탄 대원이 된 플로리다 주민 모네르 모하마드와의 연관성 등으로 두 차례나 테러 연관성을 조사받은데다, 평소 이슬람 무장집단을 지지하는 발언을 돌발적으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전력을 가진 ‘외로운 늑대형’인 마틴의 범행을 막지 못한 것을 놓고 자생적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대한 우려가 또다시 커지고 있다. <시엔엔>(CNN) 방송은 “지난 10여년간 미국에서 발생한 치명적 테러사건은 모두 이른바 ‘외로운 늑대'로 불리는 자생적 테러리스트에 의해 저질러졌다”며 “미국인들이 미국에서 일어나는 테러가 외국인들의 소행이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진짜 테러 위협은 국내에서 자란다”고 진단했다.

이번 사건은 또 미 연방대법원의 동성애결혼 합법 판결 1주년을 기념해 미 전역에서 동성애자들의 기념행진이 벌어지는 날 일어났다. 사건 뒤 미국 내 동성애자 단체들은 깊은 우려를 표명하는 한편, 예정된 행진을 강행했다. 미국 내 소수자인 무슬림이 또 다른 소수자인 동성애자를 향해 저지른 이번 테러와 증오 범죄는 결국 모든 소수자들을 향한 희생과 혐오만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관련 소수자 사회들은 우려하는 성명을 내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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